あらすじ
# 차재헌
여자를 믿지 않는 남자 차재헌. 그에게 여자는 마음과 사랑이 아닌 조건과 돈으로 움직이는 존재. 그런 그의 앞에 이상한 여자가 나타났다. 엄마가 사라지고 아빠를 잃은 다섯 살 조카의 아동 심리 미술 담당 방문교사 서해인.
흔들렸다. 이런 여자라면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확신했다.
그래서 선택한 여자. 그 여자와의 결혼식.
하지만 드러난 것들은 오히려 더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것들.
[너도…… 똑같구나. 서해인.]
역시나 지긋지긋한, 진심 따윈 없는 족속들.
재헌이 그 채로 해인의 입술을 덮쳤다. 그토록 차가웠던 그의 입술이 지금은 뜨거운 물줄기보다 더 뜨거웠다.
온통 서해인 살냄새가 진동했다. 당연히 아내의 입술 따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미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재헌은 해인을 증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헌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
재헌은 아내를 증오하고 있었다.
# 서해인
차재헌이 상처받는 게 싫어서 자신이 염치없고 이기적인 여자가 되기로 한 여자.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 혼자 종종걸음치는 아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녀는 진심의 힘을 믿었다. 하지만 감당해야 할 것들은 잔인하게 해인의 진심을 갉아먹었다.
해인은 더는 그녀를 상처 주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는 재헌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는 이제 당신…… 사랑 안 해.]
재헌이 허둥지둥 해인의 몸을 안았다. 여자의 몸은 너무나 작았다. 그래서 아무리 힘을 주어 안아도 부피감이 없었다.
애당초 그의 품엔 없었던 사람처럼. 안긴 적이 없었듯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양.
[이젠 내 마음만 보고 살 거야.]
아내의 입술은 이제 더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생물학적인 그런 게 아닌, 그 어떤 다정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나무껍질처럼 거칠고 단단했다. 그런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닿지 않는 마음이 이렇게 시리고 아픈 건지, 미처 몰랐다.
재헌은 고작 제 상처에 갇혀 아내를 찧고 까불렀던 자신이 얼마나 비열하고 한심한 놈인지 여실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