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집으로 돌아갑시다, 부인. 우리가 해야 할 얘기가 아주 많을 것 같은데.”
아내의 도망을 납치로 종결해 버린 남자.
부인에 대한 블랙우드 백작의 집착은 이상할 만큼 끈질긴 데가 있었다.
두 사람의 사연을 알고 나면 모두가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하인이었던 남자의 아내로 낙찰된 세실리아 오트란토.
돼지우리에서 기어 올라와 기어이 그 여자를 손에 넣은 레이븐 블랙우드.
그렇게 시작된 결혼 생활이 멀쩡할 리 없었다.
하지만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가득한 더스크펠 저택으로 돌아온 이후
두 사람은 어쩌면 서로를 오해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는데.
* * *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질 헛소문 때문에 관심도 없는 여자를 붙들고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럼 아기는요? 그것도 당신과 관련 없다고 할 건가요?”
계속되는 레이븐의 헛소리에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이 튀어 나갔다.
“지금 나더러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냐고 묻는 겁니까?”
눈을 휘둥그레 뜬 레이븐이 되물었다. 세실리아는 잠시 레이븐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맞는지 헷갈렸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레이븐이었다.
“아가사의 아이 아버지는 내가 아닙니다. 하늘에 맹세코 그럴 만한 짓은 한 적도 없어요.”
손바닥에 눈가를 벅벅 문지른 레이븐은 시뻘게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원망과 분노. 죄책감과 허탈함이 뒤섞인 강렬한 시선에 세실리아는 잠시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내가 그러고 싶은 여자는 오래전부터 당신 하나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