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오천, 만 원이요?" 순간 멈칫하며 내 숨이 턱 막혔다. 계정을 살려주는 걸 넘어, 순수 현금 5천만 원을 쥐여준다고? 그 돈이면 집에 가서 어머니 앞에 당당하게 빳빳한 돈다발을 던지며 "엄마, 나 그동안 방구석에서 게임한 게 아니라 일한 거야!"라고 소리칠 수 있었다. 평생 불효자였던 내가, 서른 먹은 겜창 백수가 제대로 효도 한번 할 수 있는 미친 기회였다. "다만, 극비 프로젝트인 만큼 보안 서약서와 함께 '신체 포기 각서'에 준하는 엄격한 면책 동의서에 사인하셔야 합니다. 기존 가상 현실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감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하시겠습니까?" 신체 포기 각서라는 단어가 섬뜩하긴 했지만, 내 이성은 이미 5천만 원이라는 액수에 마비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어차피 나이 서른에 이력서 한 줄 없는, 계정 날아가면 시체나 다름없는 인생. 신작 게임 캡슐 안에서 며칠 구르고 5천만 원을 벌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었다. "……어디에 사인하면 되나요?" 나는 홀린 듯이 테이블에 놓인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사인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하얀 방 안쪽에 있는 거대한 금속 캡슐로 안내했다. 캡슐 겉면에는 수직으로 뻗은 검은색 검과, 그것을 감싸는 푸른 원형의 '오르비스' 로고가 서늘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행운을 빕니다." 남자의 인사를 끝으로 캡슐 안에 눕고 헬멧이 닫히는 순간.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차가운 마취 가스가 뿜어져 나왔고, 내 의식은 까마득하고 깊은 심연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