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만이 어두운 거리를 비출 뿐, 그곳에 자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단 둘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설마 혼자 여행 온 여자를 상대로……. 격정 멜로고 뭐고, 나, 내일 뉴스에 나오는 거 아니야?’
두려움에 게스트 하우스의 벽을 두드리던 그 순간, 지이잉- 도어벨이 울렸다.
“그냥 두면 당신이 건물 벽을 다 부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그러면 좀 곤란해지거든. 내가 여기 주인 여자랑 꽤 깊은 관계라.”
아! 너 게스트 하우스 사장 누나 하나 물어서 돈 뜯어 먹고 사는 양아치구나? 그런데 프랑스인이라면서 한국어는 왜 이렇게 능숙해?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잘생긴 건데!
에펠탑을 보며 바게트나 뜯고 갈 계획이었던 이선의 파리 여행.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남자가 자꾸만 끼어든다. 그리고 어느새,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살랑이는 밤바람, 불빛이 일렁이는 센강, 그리고 달콤한 취기. 그 순간, 이선은 전에 없던 용기를 냈다.
“우리……, 내일도 같이 다닐래?”
마음을 고백한 것도 아닌데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미안.”
“아, 아니야. 뭐가 미안해. 그동안 같이 다녀줘서 고마웠어.”
“나야말로.”
그렇게, 모든 게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목요일 밤에 시간 될까?”
그러나 이별이라 믿었던 순간, 그는 마지막 만남을 제안했다.
“이선. 내가 더 달콤하게 해 줄까?”
쏟아질 듯 반짝이는 에펠탑 아래, 뜨겁게 유혹해 오는 테오.
“네게 맡길게. 내 마지막 파리의 밤을.”
저도 모르게, 온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린 이선.
오해로 시작된 우연은 운명처럼 이어지고, 그들은 속절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서로 얽힌 실타래의 반대편을 쥐고 있는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