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종로 지하철 공사 현장, 지반이 무너져 내린 심연에서 2000년의 시간을 묻고 있던 남자가 눈을 떴다. "사방이 탁하구나. 내가 잠든 사이 세상이 멸망이라도 한 것이냐."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저주를 짊어진 고대 제사장, 희운. 그리고 무녀의 가혹한 숙명에서 도망친 19세 괴력의 가출 소녀, 한설아. 우연한 만남은 두 사람의 목숨을 하나로 옭아매는 '동생연재(同生連帶)'의 핏빛 굴레가 되어버렸다. 압도적인 태고의 진언을 쏟아내면 적을 단숨에 쓸어버릴 수 있지만, 힘을 쓸수록 파트너인 설아의 맑은 생명력이 갉아먹히고 만다. 결국 먼치킨급 진언은 봉인한 채, 제사장은 기꺼이 짐승처럼 구르며 스스로 찢기는 방패를 자처한다. 가슴이 뚫리고 살점이 찢겨도 순식간에 재생하는 기이한 불멸의 육신을 묵묵히 내던지며. 인간의 탐욕이 뭉친 괴물 '잔영(殘影)'들이 네온사인 번뜩이는 도심의 밤을 잠식하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타락한 옛 벗, 무광의 초거대 기업 유현 클럽이 핏빛 이빨을 드러낸다. 이에 맞서기 위해 낡은 옥탑방의 두 이방인과 부패한 국가권력... 화려한 현대 문명과 별빛이 머물던 잊혀진 성역의 신비가 충돌하는 차가운 서울의 밤. 자신의 가혹한 업보를 끊어내고 가엾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고대 제사장의 처절하고도 정밀한 진검승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