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고연희 씨는 나쁜 짓 해 본 적 있어요?”
목련각의 별채에서 홀로 살던 연희의 앞에 나타난 주백경.
언니의 약혼자가 될 사람이라던 그 남자는 자꾸만 연희의 곁을 맴돌았다.
“나랑 해 볼래요? 나쁜 짓.”
그 말에 일순간 얼어붙은 연희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가 말하는 ‘나쁜 짓’이 도둑질과 같은 단순한 일이 아님을.
그것보다 더 비밀스럽고 무도한 것임을.
“어때?”
뱀이 은밀하게 혀를 놀렸다. 지나치게 아름답고, 더없이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유혹이었다.
* * *
“돈과 자유만 주면 무엇이든 다 해 주는 게 맞습니까?”
“무엇이냐에 따라……. 저도 거래를 할지 말지를 결정해요.”
“의외네요. 돈만 주면 뭐든 다 할 것처럼 굴더니.”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냉기가 흘렀다.
“계약서에 아이를 낳는다는 조항만 있으면 낳아 주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이는…… 아무리 그래도 못 낳겠어요.”
연희가 당황하여 그를 바라보았다.
약혼자가 연희로 바뀐 후, 그는 표면상의 관계만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라니.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후계자로 태어나는 아이는 권력, 재력, 유전자. 뭐 하나 모자랄 것 없이 다 쥐고 세상에 나오는 건데.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그런 삶이. 그러니까 고연희 씨.”
또박또박 이름을 입안에 담는 백경의 입가에 저열한 미소가 띠었다.
“행복할 내 아이의 앞길 좀 만들어 주시죠. 적당히 튕기고.”
망설일 틈도 없이 자근자근 파고드는 그의 유혹은 섬세하면서도 파멸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