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빌빌 기어. 내가 만족할 때까지 엎드려 빌라고.”
이 관계는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최소한 은시현에게,
이 눅눅하고도 음산한 사랑이 남아 있는 이상은.
“형이 자존심 없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나 같으면 콱 죽어버렸을 거야. 전 애인한테 구걸할 바에는….”
도건우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까.
그 모욕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원망일 뿐이었다는걸.
사실 시현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다시는.
그러니까, 절대로.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말아달라고.
“페로몬 당장 풀라고. 30만 원으로는 부족해?”
가진 게 돈뿐이라면,
그리고 그걸 네가 원한다면.
기꺼이 너를 위한 졸부가 되어주리라.
서로가 서로를 할퀴어야만 유지되는,
기형적이고 필사적인 관계.
우리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만의 결속.
<아워 온 바인딩(Our Own Binding)>
*
은시현 (수) / 24세 / 은한 그룹의 유일무이한 적자, 그러나 막내
#미인수 #재벌수 #지랄수 #애정결핍수 #오메가수
은시현은 은한 그룹에서 가장 고결하고, 가장 고독한 티끌이었다.
유일한 적자이자 막내. 그 애매한 위치는 ‘사랑을 하겠다’던 아버지의 이중성에서 비롯됐다.
나는 말이야, 어릴 때부터 이중적인 사람이 좆같이도 싫었어.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 시현은 뾰족한 말본새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곤 했다. 그 어떤 무례한 이도 비상식 앞에선 꼬리 내리기 마련이니까.
모진 풍파를 견디며 배운, 은시현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다.
“내가 쉬워 보였어? 자리 잡을 때까지 뒷바라지 하겠다니까 네가 막 뭐라도 된 것 같고 그랬어?”
도건우 (공) / 26세 / 클럽 웨이터, 편의점 아르바이트, 서비스 대행업체 직원 등
#미남공 #가난공 #상처공 #무심다정공 #알파공
건우는 알고 있었다.
은시현의 독설 속에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곁을 허락받은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도.
그래서 특별했고, 그래서 더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다.
한순간의 몰락으로 시현을 떠났으나, 모종의 이유로 그의 앞에 다시 섰다. 부채감이 없진 않았다. 끝내 꺾지 못한 자존심도 있었을 뿐.
“네가 잠깐 열받고 마는 그 하룻밤이 나한테는 목숨줄이었어. 알아?”
*
도건우 X 은시현
#현대물 #오메가버스 #재회물 #친구>연인 #첫사랑 #오해/착각 #삽질물 #일상물 #감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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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 @riettewords
※ 실시간 연재입니다. (정말정말 천천히 굴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