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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슴의 꽃을 들키는 날. 너는 사람이 아니라 씨를 받는 짐승이 될 테니.”
상궁의 유언에 따라, 내관인 해원은 제 안의 명랑함과 생기를 완벽하게 죽이고 살았다.
불노불사의 폭군, 도깨비의 반려라는 끔찍한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하지만 폭군이 무심하게 던져준 달달한 엿가락 하나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쿵, 쿵, 쿵.
엿을 씹으며 밀려드는 행복감에 심장이 뛰자, 숨겨둔 도화 향이 폭주의 기폭제처럼 터져 나갔다. 당장이라도 목덜미가 물어뜯길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는데.
“가만히…… 아주 잠시만 이리 있거라. 제발.”
내 목을 물어뜯어야 할 괴물이, 내게 매달려 가엾게 울기 시작했다.
공: 이 헌
조선의 왕이자 불노불사의 도깨비.
수백 년 동안 왕좌에 묶여 살아오며 모든 것에 권태를 느끼고 있다.
아주 먼 옛날, 도깨비 신부를 잃은 슬픔에 미쳐 산신에게 기억을 지워 달라 빌었다. 그 대가로 도깨비신부에 대한 기억도, 눈도, 마음도 모두 잃었다. 그러나 궁 안에서 다시 피어난 복사꽃 향은 잊은 기억의 흔적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거슬림, 그 다음은 집착, 그리고 결국 놓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수: 해원
사내이지만 도깨비의 씨를 품어야 하는 육신을 안고 태어난 존재. 살기 위해 철저히 비밀을 숨기고 상약내관이라는 그림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쥐 죽은 듯 파들거리는 겉모습과 달리, 본성은 달달한 한과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명랑하고 단순한 성격.
워낙 겁이 많은 탓에, 자신이 왕의 저주를 풀고 버려질 도깨비 신부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제 가슴팍의 낙인과 자꾸만 달아오르는 몸을 필사적으로 감추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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