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경험을 안겨준다. 시간을 가로축에 그리고 감정을 세로축에 나타내는 그래프를 떠올려보자. 그 위에 경험에서 파생되는 사건과 생각, 감정을 하나의 선으로 표현해 본다. 훗날 돌아봤을 때 모두가 꽤나 역동적인 그래프를 갖게 될 것이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게 난 내 그래프를 통제하려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래프의 높낮이를 내가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완급조절을 한달까? 줄기차게 올라가는 선도, 끝을 모르게 떨어지는 선도 원하지 않는다. 적당한 지점에서 무게 중심을 잡고, 가운데를 기준 삼아 흘러가는 그런 선을 갖고 싶다. 이유는 하나다. 그게 나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높낮이를 조절할 때는 올라가는 선보다 떨어지는 선을 관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난 겪은 일을 선별해서 마음속에 저장한다.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대신 이미 일어난 일 중 좋은 것만 남겨둔다. 나를 땅으로 끌어내리는 경험도, 사람도 잊어버린다. 그럼 평화로워진다. 기쁜 일에도 정해 둔 높이보다 더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이게 자기방어기제가 강한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자, 이 책을 쓰게 된 근본적인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인간으로서 상처받는 일이지만, 교사로서는 이해하고 인내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마음이 다치기도 하고 속상하지만 그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 때가 있다. 똑같이 되갚아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그런 감정을 갖게 되는 것뿐인 데도 말이다. 그것을 드러내면 혹시 교사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진 않을까,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며 숨기게 된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일이든 의연해질 마음의 방패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닌 걸까 싶지만 각설하고,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나의 기억력 덕에 나의 교사 생활이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 아이들과 나눈 밝은 기운이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쓰는 순간들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 난 정말 감사하게도 행복한 일이었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