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새가 많고 물이 맑은 을숙(乙淑)이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하늘을 장식하는 눈부신 군무의 향연, 사각사각 운치 가득한 갈대숲, 붉게 타오르는 낙조와 시간이 빚어놓은 자연의 걸작 모래톱. 낙동강 1천300리의 긴 여정은 을숙도에서 끝이 난다. 강이 품고 온 흙과 모래는 바닷물과 만나면서 넓디넓은 갯벌과 모래섬을 만들었다.
‘새(乙)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淑) 섬’ 을숙도.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장소다. 낙동강 하구는 1966년 문화재관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되었고 이후 연안오염특별관리구역(1982, 환경부), 자연환경보전지역(1988, 건설교통부), 자연생태계보전지역(1989, 환경부), 습지보호지역(1999, 환경부)으로 중복 지정되어 보호받아 왔으며 현재 멸종위기종 11종, 보호야생종 29종 등 국내 최다 법적보호종 서식지이고 고니의 전 세계 개체수의 8~11% 월동지, 국내 유일의 솔개 월동지이다. 또한 흰물떼새와 쇠제비갈매기의 국내 최대 집단번식지, 국내 최대 민물도요·좀도요 도래지, 국내 최대 민물가마우지?맹금류?갈매기류?잠수성오리류 월동지이다.
하늘과 바다, 동해와 남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자리 을숙도. 을숙도의 독특한 경관과 희소성 높은 아름다움은 문학적 가치를 자랑한다. 부산이라는 대도시 안에 있는 을숙도는 불과 몇 m 거리에서 직접 보고 듣게 되는 고니를 비롯한 희귀철새들의 울음소리와 날갯짓, 갈대숲과 바람의 교감, 낙조의 장관 등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축복의 땅이다. 해질녘 하늘을 배경으로 나는 철새들의 군무는 그 자체가 시라고 할 만큼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요산 김정한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 강은교의 시 『우리가 물이 되어』, 문정임의 시 『돛배를 찾아서』 등의 작품들은 을숙도를 직간접적인 소재로 삼았다. 을숙도의 갈대밭은 추억의 드라마 『호랑이선생님』과 『피아노』, 『엽기적인 그녀』를 비롯한 여러 편의 영화와 각종 CF의 단골무대로도 각광받았다.
개발의 전차에 떠밀린 을숙도는 슬프고 아리다
을숙도는 낙동강 하굿둑 건설(1987년 완공)을 시작으로 첨예한 환경파괴의 논쟁에 휘말린다. 하굿둑 건설은 국제적인 비난과 반대 압력을 받았지만 당시 전두환 정권은 철저한 보전을 약속하고 공사를 강행한다. 정부는 이후 본격적인 매립과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하굿둑 건설과 함께 1·2차 압축쓰레기 매립장, 분뇨처리장, 준설토 적치장, 자동차극장 등이 정부와 부산시의 허가 아래 차례차례 조성되었다.
을숙도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명지대교 건설문제는 전국적인 환경이슈가 되었다. 한국조류학회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2001) 일본에서는 낙동강하구 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었으며(2002) 람사협약의 국제기구인 동아시아 오리·기러기 네트워크(anatidae)에서 보전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부산시에 공식적으로 전달하였다(2003). 결국 명지대교 건설이 허가(2005.6.08, 환경부)되고 부산지역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는 곧바로 부산지법에 명지대교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2005.6.13). 그러나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은 2006년 11월 1일 대법원에 의해 최종 기각됐고 2009년 10월 29일 을숙도대교란 이름으로 개통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을숙도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4대강 정비 사업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