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모든 화가는 자신을 그린다”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 고백’이 아닐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화상이란 화가가 자신의 얼굴을 화폭 전체에 그려 넣은 이미지를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이제까지 통용되어 온 자화상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거울에 비친 본인의 얼굴을 그린 것만을 자화상이라고 생각해 온 우리에게 점심밥을 훔쳐 가는 쥐를 향해 스펀지를 던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중세 시대 힐데베르투스나 예수의 옆에 엎드려 자비를 구하는 자신을 표현한 던스턴 성인은 생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3세기의 철학자 플로티노스가 했던 말은 왜 이들을 자화상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자화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행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외형을 닮게 그리는 것만이 자화상의 목표는 아니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그리는 고된 작업을 불평하면서 한껏 몸을 뒤틀며 그림을 그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캐리커처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폭력적인 삶을 살았던 카라바조 또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라는 작품에서 속죄하는 의미로 다윗에게 목이 잘린 골리앗에 자신을 투영했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려는 목적의 자화상도 물론 있었지만, 반대로 자신의 아픔이나 후회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자화상도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다양해졌을 뿐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