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범인이 잘못 지목된 일곱 편의 추리소설
의문의 네티즌이 작가들에게 추리 대결을 청한다!
지난 30년간 일어난 억울한 누명 사건을 재구성하며
타이완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문제적 미스터리
2017년 타이완 서점가에서 가장 주목받은 추리소설, 워푸의 『픽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픽스』는 지난 30년간 타이완에서 일어난 유명 범죄 사건 7건을 모티브로 삼아 재구성한 소설로, 각각의 실제 사건에서 범인으로 체포됐던 이들이 모두 무고하게 누명을 쓴 것임을 촘촘한 추리로 밝혀낸다. 저자 워푸는 「작가 후기」에서 재심을 앞둔 어느 무고한 피고를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이 책을 구상하게 됐으며, 아울러 이와 같은 억울한 누명 사건을 ‘범인이 잘못 지목된 추리소설’에 비유해 올바른 소설 창작에 관해 토론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인 ‘픽스FIX’라는 단어에는 이처럼 잘못 쓰인 작품을 ‘고친다’는 뜻과 함께 이 이야기들을 ‘바로잡고’ ‘보완하고’ 동시에 ‘마음 깊이 기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실화에 기반한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이자 소설의 형식으로 창작 기법을 설명하는 『픽스』는, 추리소설 애독자뿐 아니라 소설을 쓰고자 꿈꾸는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명의 작가, 일곱 편의 추리소설
그리고 의문의 네티즌이 보내온 메시지
“당신의 추리소설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 도서 내용 소개
순문학 작가, 대필 작가, 문과 대학생, 은행원, 로맨스 소설가…… 저마다 다른 직업과 성격을 지닌 이들의 공통점은 한 편의 추리소설을 썼다는 것. 그리고 그들 모두 ‘아귀阿鬼’라는 수수께끼의 네티즌과 인터넷 공간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완전무결한 추리 플롯을 설계했다고 믿고 있던 순간, 아귀는 그들이 쓴 소설의 허점을 하나하나 지적한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소설을 고쳐나가는 아귀, 그는 대체 누구인가?
총 일곱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편에서 한 명의 작가와 그가 쓴 하나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귀라는 네티즌이 등장한다. 첫 번째 이야기 「나무 두드리기」에서 작가는 아직 출간 전인 소설의 결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아귀의 메일을 받는데, 모든 단편이 ‘작가와 네티즌이 (미발표/미완성) 추리소설을 놓고 소설 속의 누가 진범인지 토론을 벌인다’라는 흥미진진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일종의 액자소설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 속에서 작가와 네티즌의 토론이 ‘바깥 이야기’라면, 작가가 쓴 추리소설은 ‘속 이야기’로 등장해 교차 전개된다. 다양한 주인공들이 쓰는 일곱 편의 ‘소설 속 소설’은 총격전, 유괴, 살인, 치정 살인, 강간, 추락사, 국제 범죄 등 각각 다른 형태의 범죄 사건들을 다루고, 단편마다 분위기, 필치,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반응, 복선도 제각각인 추리 구조를 가진다.
이 모든 차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동시에 『픽스』를 한 권의 추리소설로 완성시키는 요소가 바로 아귀의 존재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의문점이자 또 하나의 미스터리인 ‘아귀’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를 둘러싼 비밀이 책장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소설 창작의 세계와 타이완의 30년 사회 현실을 파헤친,
다층적인 읽기를 제공하는 특별한 추리소설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장르의 하나인 ‘추리소설’은 이제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를 넘어서 사회의 여러 면모를 드러내고 체제의 문제를 비추는 동시에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묘사하는 문학의 한 장르로 평가된다. 추리소설이자 추리소설 작법서라고 할 수 있는 『픽스』는 이러한 추리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소설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 소설을 읽을 때 눈여겨볼 점 등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고전 추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락의자 탐정’이나 ‘시각표 트릭’을 쓸 때 무엇을 유념해야 하는지, 왜 ‘밀실’이 ‘동화’에 비유되는지, 과학수사에서 어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지 등이 제시되는가 하면, 플롯을 설정할 때 쓸 수 있는 절묘한 수법의 사례를 보여준다. 나아가 네티즌 아귀가 지적한 추리소설의 내용을 독자가 함께 읽어나가는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직접 진범을 추리해보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작가들과 아귀가 서로 팽팽하게 토론할 때 자신의 논거를 뒷받침하는 모델로서 내세우는 다양한 실제 책 이야기들은 이 소설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워푸는 이 책의 배경이 된 실제 사건들의 자료를 읽고서 비록 자신은 모두 누명 사건이라고 확신했지만, 독자들은 또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읽기를 권한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사건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며, 작가와 독자가 글쓰기와 읽기를 통해 허구의 세계에서 체험한 바를 가지고 돌아와 세상과 자신을 마주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이야기’의 가장 중요하고도 대체 불가능한 의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이야기의 의의에 충실하게 따르고자 한 소설 『픽스』는 억울한 사건에 대한 소설화를 통해 타이완의 30년 사회를 파헤친 하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편 타이완 현지에서 『픽스』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찬호께이의 『망내인網內人』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돼 이를 제치고 서점가 1위에 오르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중화권 미스터리를 보여주고 있는 두 작가의 이 신작들을 가리켜 언론에서는 “각각 책의 창작 과정과 네트워크의 생성 과정을 이야기하는 두 작품은,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고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시도를 이어가면서, 현대 추리소설이 흔히 보여주는 불안감, 즉 추리가 어떻게 ‘세방화(世方化: 세계화와 지방화)’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한다. 흥미로운 것은, 정반대의 경로를 취한 두 작품이 서로의 거울처럼 보이게 되어 미스터리의 가능성에 더 많은 상상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황중제, 《미러미디어》)라고 비교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