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하드 SF의 위대한 고전 《중력의 임무》를 잇는 놀라운 속편! 거대행성에서 펼쳐지는 메스클린인들의 또 다른 모험! 반지름 6만 킬로미터, 질량은 지구의 3천4백 배가 넘은 드라운 행성. 크기는 목성보다 조금 작지만 목성의 10배가 넘는 질량을 가진 행성을 탐험하기 위해 외계생명체와 지구인이 다시 한 번 뭉쳤다. 탐사의 목적 중 하나는 드라운이 행성인지 항성인지 밝혀내는 것. 기단의 온도가 급변하고 지구보다 큰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과 외계생명체의 크고 장대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전혀 다른 물리적 환경에서 진화해 전혀 다른 생물학적 조건을 가진 두 종이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하드 SF의 대가가 그려내는 ‘별이 되지 못한 별’에 관한 이야기 이런 경험을 이 작품이 아니면 어디서 할 수 있을까? 기묘한 행성 메스클린의 탐험가이자 상선 브리호의 선장 발리넌과, 그의 일등항해사 돈그래그머가 돌아왔다. 그들의 모험은 메스클린에서 10광년 떨어진 초거대행성 드라운까지 이르렀고 발리넌은 메스클린 정착지의 사령관이, 돈그래그머는 드라운 탐사선 크웸블리호의 선장이 되었다. 메스클린의 남극에서 ‘중력의 임무’를 수행한 이후 반세기가 지난 시점이다. 아쉽게도 그 위대한 임무에 함께 했던 지구인들은 대부분 이미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새로운 인간들이 그들을 대신해 메스클린인과 함께 ‘온도의 임무’를 수행한다. 《온도의 임무》의 배경인 행성 드라운의 중력은 지구의 40배 정도로 메스클린의 극지방에 비하면 가볍기 그지없다. 물론 인간을 팬케이크로 만들어놓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직접적인 탐사는 메스클린인들이 대행한다. 인간들은 이번에도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모니터와 무전기를 붙잡고 회의하기 바쁘다. 《중력의 임무》와 비슷한 구도로 보이지만 이번 이야기는 메스클린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릴 넘치는 모험이라기보다는 조난당한 탐사선을 두고 벌어지는 권모술수의 정치극에 가깝다. 전작에서 결정적 순간에 인간들이 과학과 기술을 가르치도록 하는 데 성공한 발리넌은 이번엔 더 체계적이고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돈그래그머는 발리넌의 계획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우주정거장에 있는 인간들 역시 메스클린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견 차이가 분분하다. 그 와중에 일부 탐사선이 실종되고 돈그래그머 선장의 크웸블리호는 뜻밖의 사건을 통해 표류하다가 좌초된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인간과 메스클린인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증폭시켜 나간다. 인간과 메스클린의 이런 불투명한 관계는 드라운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혀 다른 물리적 환경에서 진화해 전혀 다른 생물학적 조건을 가진 두 종이 벌이는 세계관과 가치관의 크고 작은 충돌은 《중력의 임무》에 이어 이번에도 재치있게 펼쳐진다. 메스클린인이 인간을 볼 때의 심정은 우리가 항성간 워프 기술을 가진 문어를 볼 때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수명이 길어도 5년에 불과한 초월적 문어와 우주여행을 떠나서 무언가를 얻고 배우려면 우리도 발리넌이 될 수밖에. 권모술수의 정치극도 두 문명의 협력과 충돌도 좋지만 할 클레멘트의 하드 SF 역작 《중력의 임무》의 속편이라면 작품 속 그려지는 놀라운 세계 속에 숨겨진 과학과 허구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할 클레멘트가 스스로 말하는 ‘재밋거리’니까. 할 클레멘트의 작품을 읽을 때 필요한 건 거창한 철학도 깊은 감수성도 아니다. 과학과 허구를 오가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이다. 할 클레멘트는 이번에도 극단적이기 그지없는 세상을 창조했다. 행성 드라운은 반지름이 6만 킬로미터에 이르고 질량은 지구의 3천4백 배가 넘는다. 목성과 비교해보자. 목성은 반지름이 약 7만 킬로미터이고 질량은 지구의 317배 정도이다. 드라운은 목성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질량은 오히려 목성의 10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고속자전으로 짜부라진 행성 메스클린만큼이나 황당한 설정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드라운은 메스클린보다 훨씬 현실적인 행성이다. 작품 속 드라운 탐사의 목적 중 하나는 드라운이 행성인지 항성(별)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현대천문학에는 이처럼 행성과 항성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천체 갈색왜성이 있다. 갈색왜성은 흔히 ‘별이 되는 데 실패한 별’이라고도 불린다. 별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수소핵융합이 일어나야 하는데 수소핵융합에는 경수소 핵융합과 중수소 핵융합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두 핵융합이 어떻게 다른지는 그냥 넘어가자. 중요한 건 경수소 핵융합은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고 한 번 시작되면 오랫동안 지속되며, 중수소 핵융합은 비교적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시작되고 아주 잠깐 동안만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별 또는 항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경수소 핵융합으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태양이 바로 그것이다. 행성은 온도와 압력이 너무 낮아 어떤 핵융합도 일으키지 못해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천체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중심부 압력과 온도가 가장 높지만 어떤 핵융합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행성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사이, 경수소 핵융합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중수소 핵융합은 일으킬 수 있는 만큼의 온도와 압력을 가진 천체가 바로 ‘갈색왜성’이다. 중수소 핵융합은 아주 잠깐 동안만 일어나기 때문에 갈색왜성은 그 순간만 밝게 빛나다가 그다음부터는 점차 식어가며 어두워진다. 갈색왜성과 행성의 경계는 목성 질량의 10배에서 14배 정도이다. 질량이 이보다 크면 중수소 핵융합이 일어나 갈색왜성이 되고 이보다 낮으면 행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질량 외에도 여러 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경계가 분명하지는 않다. 게다가 갈색왜성은 크기도 목성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큰 수준이다. 내부에서 충분한 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질량이 커도 중력 때문에 가스가 수축하기 때문이다. 드라운도 목성과 비슷한 크기인 데다 질량은 목성의 11배로 갈색왜성과 행성의 경계에 있으니 작품 속 주인공들이 혼란스러워할 만도 하다. 갈색왜성의 존재는 1960년대에 이론적으로 등장했지만(그때는 흑색왜성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이었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건 1970년대 이후이고 실제로 발견된 건 1994년의 일이다. 그래서 1971년에 출간된 이 작품의 집필 당시에는 작가가 갈색왜성의 개념을 알았을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자고로 과학적 모험이란 모르는 것을 탐구하며 통찰을 얻는 것이다. 하드 SF의 대가 할 클레멘트가 갈색왜성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려내는 갈색왜성(일지도 모르는 곳)을 들여다본다니, 이런 경험을 이 작품이 아니면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앞에서 드라운처럼 무거운 천체는 고체로 된 표면을 가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드라운의 단단한 표면을 거울을 들고 날아가는 슈퍼맨에 비유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우주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까지 4천 개가 넘는 외계행성이 발견되었고 그중 많은 행성들이 천문학자들을 경악하게 만들 만큼 놀라운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행성은 실시간으로 증발하고 있고 또 어떤 행성은 별보다 뜨겁다. 그래서 드라운 같은 행성이 존재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확답을 할 수 없다. 그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형성이론으로는 드라운과 같은 초거대고체행성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고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발견이 하나가 있다. 지구에서 730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TOI 849b라는 행성은 밀도가 지구와 비슷하고 가스는 거의 없는 암석행성이었는데 놀랍게도 크기는 해왕성 수준이었다. 즉, 표면을 가진 고체행성이다. 보통 행성의 질량이 지구의 10배를 넘으면 주변의 가스를 빠르게 흡수해서 목성이나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두꺼운 가스로 뒤덮인 행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TOI 849b는 단단한 표면을 가진 고체행성이면서도 질량은 지구의 40배에 이른다! 이 행성은 천문학자들을 행복한 난관에 빠뜨렸다(과학자들은 이렇게 모순적인 존재들이다). 천문학자들은 현재 이 행성이 원래는 거대한 가스행성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가스를 모두 잃어버리고 단단한 핵만 남은 것이거나, 역시 모종의 이유로 가스를 흡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린 행성들끼리 충돌하며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아니면 둘 다 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드라운처럼 단단한 표면을 가진 거대한 행성이 정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TOI 849b은 비록 드라운에 비하면 여전히 너무나도 가볍고 표면 중력은 지구의 3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 발견을 통해 우리 우주는 할 클레멘트의 우주를 조금 더 닮게 된 셈이다. 현실의 우주와 SF의 우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벌이는 치열한 경이로움의 경쟁. 이것이 우리가 SF를 읽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부디 TOI 849b의 표면에 물과 암모니아가 존재하기를 빌어본다. 별명은 ‘미니 드라운’이 어떨까? — 해도연(천문학 박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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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page202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