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보이는 것에 속는 가련한 자들이여, 그대들의 심장 소리가 이토록 비겁하게 요동치는데.” 천하오대세가 설가(薛家)의 긍지였던 황태자, 설무후. 의문의 습격으로 시력을 잃은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아비의 자비가 아닌 차가운 유폐였다. “눈먼 검사는 세가의 수치다.” 아비라 믿었던 자의 잔인한 선고와 함께 북해의 얼음 감옥에 처박힌 10년. 칠흑 같은 어둠은 오히려 독이 서린 기회가 되었다. 고요 속에서 만물의 진동을 읽는 ‘심안(心眼)’을 개안한 순간, 세상은 소리로서 재구성된다. 혈류의 흐름, 근육의 떨림, 그리고 가식 뒤에 숨겨진 추악한 살기까지. 이제 그에게 사각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빙옥을 깨부수고 돌아온 설무후의 검 끝은 이제 자신을 버린 가문의 심장을 정조준한다. 화려한 검술도, 비겁한 은신술도 그의 무심검(無心劍)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 비정한 복수의 서막이 오른다. 보이지 않기에 더욱 잔혹하고, 들리지 않기에 더욱 치명적인 심판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