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유스릴리안 시노트가 또 무슨 짓 했어? 이번에는 무슨 일이래?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은 수군거림이 귓가에 꽂혔다. 시발, 쪽팔리긴 한데 남자답게 참아볼 생각이다. 내가 무릎을 꿇고 있자 기드온의 샛노란 금안이 조금 꿈틀했다.
“미안해, 우리 파혼하자.”
새로운 하루에는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법이다. 나는 인생을 되돌린 기념으로 제일 먼저 파혼을 하기로 했다.
* * *
“다른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스무살 청년의 입에 계란 과자를 물려 놓고 달래듯 취조하고 있는 현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다.
“아니, 그런 거 없다니까.”
“그럼 내가 싫어졌어?”
싫어졌냐고? 나는 우리 엄마 아빠보다도 기드온을 더 좋아하는데. 하지만 파혼하자 해 놓고 그렇게 대답하는 건 너무 비겁한 것 같아서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냥…… 친구로 돌아가면 안돼?”
“…….”
기드온은 검은 머리카락을 화난 듯 쓸어 넘기더니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창가로 다가가 창틀을 움켜쥔 채 한참이나 창 너머만 쏘아보았다. 창틀을 움켜쥔 손이 화가 난 듯 핏줄이 꿈틀거렸다.
“일단,”
기드온은 낮게 중얼거렸다.
“일단 알겠어.”
5살 때부터 십 수년을 붙어 있었는데 표정 정도야 척 보면 안다. 너 지금 전혀 알겠단 표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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