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이혼의 시작은 언제부터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의 오해가 쌓이기 시작한 순간부터일까?
아니면 인영이 이 말을 내뱉기 시작한 순간부터일까?
“우리, 결혼 전에 아버지가 혼전 계약서를 받아 두신 거, 기억하지?”
인영이 느닷없이 혼전 계약서 얘기를 꺼냈다.
그 계약서를 기억하느냐는 인영의 물음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
“그 계약서의 조항 하나하나까지도 다 기억하지.”
왜 이걸 묻는지도 모르면서 성혁이 대답했다.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다니 잘됐네. 우리, 이혼해. 한 달 내로 변호사 없이, 조용히 이혼하는 걸로 하자.”
“뭐, 뭐, 이혼?”
“이, 이혼을 하고 싶은 이유가 뭔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멍했지만, 이유는 물어야 했다. 이유도 모른 채 이혼당할 수는 없었다.
“더는 같이 살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 DA 건설은 원상 복구됐고, 난 성혁 씨한테 흥미를 잃었어. 애도 없으니까 지금 이혼하는 게 쉬울 거 같고.”
“흥미를 잃었다면서 미국에 가기 전엔 날 덮쳤어?”
“이혼 얘길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검해 본 거라고나 할까? 그날 알았지, 이젠 더는 안 해도 된다는 걸. 나, 이혼하고 미국으로 가서 좀 쉴까 해. 결정의 권한 따윈 성혁 씨한테 없으니까 집에 가서 서류에 도장이나 찍어.”
인영의 표정은 냉담했다.
이혼이 이렇게 쉬운 것일까?
성혁은 이혼이 이렇게 쉽게 성립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혼은 이미 시작점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