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천하는 오래도록 정파의 깃발 아래 놓여 있었다. 의(義)를 말하고 협(俠)을 논하며, 강호의 질서를 바로 세운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강호의 물결 아래에는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 어둠이 흐르고 있었다. 구대문파가 은밀히 전승해 온 금서, 혈골진경. 사람의 기혈과 골수를 제물로 삼아 일거에 절정의 경지에 오르게 한다는 사법(邪法). 정파는 이를 마도의 잔재라 비웃었으나, 실상은 그들 스스로가 감추어 온 비기였다. 노비의 몸으로 문파에 들어가 잡일을 하며 자란 소년 악연. 그는 어느 날, 이름 대신 ‘실험체’라 불리며 혈골진경의 제물이 된다. 동기들은 죽어가고, 혈실은 피로 물들지만 그만은 죽지 않았다. 부러진 뼈는 다시 붙고, 타버린 단전은 기묘한 기운으로 메워진다. 그의 몸에는 더 이상 단전이 아니라, 피를 머금은 뼈가 숨 쉬고 있었다. 정파는 그를 마물이라 단정하고 추포령을 내린다. 하룻밤 사이, 그는 문파의 제자에서 강호의 공적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악연은 복수의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그는 묻는다. “마도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강호를 떠돌며 그는 정파와 사파, 흑도와 백도를 가리지 않고 마주한다. 정의라 외치는 자들의 이면, 마도라 손가락질받는 자들의 사연. 피로 물든 강호에서 선과 악은 점차 경계를 잃어간다. 《혈골마도》는 한 사내가 마두가 되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강호가 스스로의 얼굴을 비추어 보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