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선 열 번째 책 출간!
▲ 이 책에 대하여
몸이 퍼즐처럼 조각난 세계에서 기어코 사랑은 자본의 심장을 터트린다
『재와 물거품』에 이은 김청귤표 로맨스!
“사랑하는 이를 향한 두근거림보다
세상을 더 크게 뒤흔드는 힘이 있던가”
_이지은(문학평론가)
당대 한국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열 번째 장르선, 김청귤 작가의 『퍼즐 바디』가 출간되었다. 2025년 6월호에 실린 중편소설을 개작한 『퍼즐 바디』는, 신체가 퍼즐처럼 조각나게 된 인간들이 그들의 몸을 상품화하려는 자본에 맞서 보여주는 ‘연대’와 ‘사랑’, 나아가 이뤄내는 ‘복수’의 이야기이다.
판타지로맨스의 외피를 두르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섬세히 들려준 초베스트셀러 『재와 물거품』으로 뭇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한 작가, 김청귤은 그간 “공존과 협력”(천선란)에 주목하며 “상처와 상상이 축조해낸”(민가경) 세계 속 “비탄에 잠기는 대신 진화하고, 파괴되지 않기 위해 파괴할 수밖에 없는”(이서수) 여성상을 내세우면서도 “마음껏 속아주고 싶은 사랑스러움”(조예은)이 있는 소설을 쓴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번 신작 『퍼즐 바디』는 『재와 물거품』에 이은 ‘김청귤표 로맨스’를 톡톡히 보여주는 작품으로, 몸이 분리된다는 설정의 SF 세계관 아래, 남들과 어딘가 다르고 조금은 “이상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나’(이하나)를 향한 ‘이한’의 솔직하고도 진실된 마음과, 이들의 몸을 도구 삼아 이용하려는 거대 자본에 ‘나’가 보내는 복수극이다. “용기와 진심을 담아 나를 좋아한다 마음을 전했던” 너를 위한 이 복수극은 그간 김청귤표 로맨스를 기다려온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분리된 몸 조각이 자본에 의해
탈취된 세상에서 찾은 연대의 가능성과
빼앗긴 소중한 이를 위한 복수의 극
하늘에서 무작위로 쏘아진 ‘초록색 빛’을 맞은 몇몇 이의 ‘몸(바디)’이 ‘퍼즐’처럼 분리되기 시작한 현재, 『퍼즐 바디』는 심장 이식이 필요한 거대 기업의 후계자인 ‘김리사’를 보여주면서 막을 올린다. 알 수 없는 연구소로 ‘나’(이하나)가 납치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도입에서부터 이 연구소를 세운 것은 다름 아닌 거대 자본이며, “거대 자본이 당신의 심장을 노리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 연구소에서 ‘나’는 네 명의 피실험자를 만난다. 맨 처음엔 이들을 경계하지만, 연구소의 실험에 협조하면 “2주만 있어도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몸 편하고 마음 편”하게 벌 수 있다고 소탈하게 말하는 걸 듣고는 연구소와 한패가 아닌, 그저 가난하고 소외된 보통의 사람들일 뿐임을 알고 마음을 터놓는다.
그중 가장 마음에 쓰이는 존재는 열여덟 청소년 ‘이한’. ‘이한’과 같은 나이에 산재로 아버지를 잃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생물학적 성별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 받아들이는 성별은 남성인 ‘이한’이 자신에게 달려 있는 “가슴이 싫”다 “못해 혐오스”럽다고 울면서 털어놓자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받아들여준다. 한편, 연구소의 음모로 인해 다른 피실험자들은 모두 희생당하고, 세상에 이한과 둘만 남은 듯한 어느 날 ‘나’에게 살며시 좋아한다는 마음을 고백해 온 ‘이한’ 역시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혼자 남은 ‘나’는 자신이 다른 피실험자들과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고, ‘이한’이 건넨 고백에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라도 거대 자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퍼즐 바디』는 시작과 끝에 같은 장면을 배치하며 독자에게 묻는다. “거대 자본이 당신의 심장을 노리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명도, 신체 일부도 돈으로 계측”되고 사람을 바꿔 끼울 수 있는 쉬운 부품으로 여기는 세상,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서 그다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소설은 이 위협에 도리어 “자본(가)의 심장을 터트”리는 상상력으로 응수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반은 우리의 삶이 “늘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 기”댈 수 있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다. 그것은 ‘퍼즐 조각’에 불과했던 이들이 ‘나’의 몸을 통해 연대함으로써 결말부의 복수로 이어지는 가능성의 세계를 펼칠 수 있게 한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두근거림보다 세상을 더 크게 뒤흔드는 힘이 있던가” 하는 파문을 독자들에게 남기면서 말이다. 잔혹한 그럼에도 아름다운, 김청귤 소설이 지닌 “해방적 상상력의 핵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추천의 글
『퍼즐 바디』는 사람들의 신체를 상품화하는 자본에 대항하여 조각난 신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보여준다. 자본(가)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사람들의 신체를 부위별로 뜯어 제 몸에 연결하지만, 소설은 이를 뒤집어 탈취당한 신체 조각이 타인의 감각을 훔치는 상상력으로 응수한다. 이하나가 타인과 결합한 자신의 신체 조각을 통해 감각을 확장할 때, 이하나의 조각난 신체는 더 이상 도난당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이하나의 감각이 확장되었다고 해서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에 김청귤 소설이 보여주는 해방적 상상력의 핵심이 나타난다. (……) 사랑을 통해서 자본(가)의 심장을 터트리는 소설의 결말은 누군가에게는 다소 낭만적으로 다가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를 향한 두근거림보다 세상을 더 크게 뒤흔드는 힘이 있던가. 사랑은 우리의 조각난 신체를 연결하고, 사랑하는 이를 향한 두근거림은 하늘을 울리고 땅을 뒤흔드는 힘이 되어 기성의 질서를 위협한다.
_이지은 「작품해설」 중에서
분리되고 누군가에게 임시로 혹은 영구적으로 소유될 수 있는 ‘퍼즐 바디’는 다른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대의 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몸을 통제의 대상으로, 소유의 대상으로만 보는 이는 공감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는 연대이다. (……) 그들이 퍼즐 조각을 맞추며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나갈 적에, 퍼즐 조각이 그들에게 반기를 들며 그림을 망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 퍼즐 조각들이 반기를 들 수는 있어도, 그림을 망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퍼즐 조각일 뿐이니까. 그러나 이들은 그저 조각이 아니다. 자기만의 몸을 가진 이들이다. 그 몸이 언제든 분리될 수 있는 퍼즐 바디라 할지라도 말이다. 오히려 이들은 분리될 수 있기에 언제든 다른 이와 함께 합쳐질 수 있고, 이어질 수 있으며 연대할 수 있다.
_김이삭(소설가·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