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지워진 역사, 동국무림기(東國武林記)의 기록. 백 년 전, 고려 무신정권의 서슬 퍼런 칼날 아래 한 여인이 있었다. 음양혈의 조화를 깨우쳐 신의 경지에 올랐던 시조, 혈련신(血蓮神). 그녀는 스스로를 불태워 교단을 구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조의 핏줄은 이어졌으나 진정한 혈련의 기운은 실전되었고, 교단에는 시전자의 생명을 갉아먹는 뒤틀린 힘, 흑련(黑蓮)만이 남았다. 쇠락해가는 교단의 4대 교주, 연현우. 그는 딸 아린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흑련의 괴물이 되기를 자처했다. 내부의 배신자들을 도륙하고 피 묻은 옥좌을 찬탈한 패륜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그는 자신의 수명을 깎아 딸이 발 디딜 피의 요새를 쌓았다. "아린아, 너만은 나처럼 검게 타버린 꽃이 되지 말거라." 아버지는 지옥이 되었고, 딸은 그 위에서 꽃이 되었다. 백 년의 침묵을 깨고, 아비가 남긴 피의 토양 위에서 마침내 붉은 연꽃이 고개를 든다. 시조 혈련신의 재림이자, 흑련의 저주를 끊어낼 유일한 후예. 안으로는 붕괴된 교단의 기틀을 세우고, 밖으로는 남방을 집어삼킨 야차(夜叉)의 야욕을 꺾으리라. 타락한 불가를 정화하며, 끝내 오만한 고려 왕실의 기세를 꺾는 그날까지. 백 년을 돌아 다시 피어난 단 한 송이의 혈련. 그 장엄한 전설이 지금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