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 책 소개
백발의 명탐정 ‘유리 린타로’ × 열혈 기자 ‘미쓰기 슌스케’
두 콤비의 활약상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 자선自選 걸작
국내 유일의 정식 완역본 《나비 부인 살인 사건》
에도가와 란포와 함께 일본 추리소설의 토대를 쌓은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 1921년 단편 <무서운 만우절>로 데뷔해 1981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무려 60년간 현역 작가로서 정력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그는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무수하게 써냈다. 그중에서도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일본의 국민 탐정이자 명탐정의 대명사로 불리는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1946년 《혼진 살인 사건》에 처음 등장한 이래 마지막 장편 《악령도》까지 총 77편의 작품에서 활약한 이 명탐정은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름을 들으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분신 같은 캐릭터다. 그런데 ‘긴다이치 고스케’ 이전에 요코미조 세이시가 탄생시킨 또 한 명의 명탐정이 있었다. 긴다이치 고스케가 종전 후 작가의 총아寵兒라면, 그 이전의 작품들에서 가장 돋보인 인물은 (장편을 기준으로) 《신주로》부터 《나비 부인 살인 사건》까지 10여 년간 맹활약한 유리 린타로였다. 한때 경시청 수사과장을 지낸, 온후한 성격의 중년 백발 명탐정.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신문기자 미쓰기 슌스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유리·미쓰기’ 시리즈로 불리기도 하는 ‘유리 린타로’ 시리즈는 《혼진 살인 사건》과 동시 연재한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을 끝으로 자연스레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에 왕좌를 넘겨주고 사라졌지만, 그 이전까지 요코미조 작품들이 보였던 낭만적이고 탐미적인 작풍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서구식 논리적 추리와의 융합을 시도하며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교두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장편 《신주로》와 마지막 장편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은 팬들은 물론, 작가 스스로도 전 작품을 통틀어 베스트 10에 꼽았던 대표작이다. 시공사는 2005년 《옥문도》를 시작으로 긴 시간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준 한국 독자들을 위해서, 2025년 6월 ‘유리 린타로’ 시리즈의 첫 장편 《신주로》를 선보인 데 이어, 12월에는 마지막 장편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을 정식으로 번역해 소개한다. 《나비 부인 살인 사건》에는 《신주로》에서 볼 수 없었던 파트너 미쓰기 슌스케도 등장하여 유리와 환상의 호흡을 펼친다. 또한 표제작 외에도 유리·미쓰기 콤비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는 초역 단편 <거미와 백합> <장미와 울금향>을 추가 수록하여 신작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오페라 <나비 부인>의 공연을 앞두고
콘트라베이스 케이스에서 여배우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치밀한 계획 살인
도쿄에서 <나비 부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하라 사쿠라 오페라단은 이틀 뒤 있을 오사카 공연을 위해 두 팀으로 나누어 이동하기로 한다. 우선 단장이자 주역인 유명 소프라노 가수 하라 사쿠라가 선발대와 함께 오사카로 향하고, 나머지 단원들은 야간열차를 타고 공연 당일 도착해 리허설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사카에 도착한 하라 사쿠라는 체크인만 마치고 호텔을 나선 뒤 그대로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다음 날, 리허설 시작 시간까지도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엉뚱하게 분장실 입구에 놓여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보고 단원들이 안으로 옮기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육중한 무게에 그만 떨어뜨리면서 케이스 뚜껑이 열리는데……. 그 속에는 콘트라베이스 대신 장미꽃으로 뒤덮인 ‘나비 부인’ 하라 사쿠라가 있었다.
다채로운 서사와 기발한 트릭,
서구 미스터리 거장들에게 내미는 요코미조의 도전장
제2차 세계대전 중 정부의 추리소설 탄압과 연이은 공습을 피해 오카야마현의 오카다촌에 머물며 서구 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하고 추리소설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던 요코미조는 딕슨 카와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스타일의 본격 추리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때마침 자신의 집에 드나들던 추리 애호가들 중 젊은 음악도 이시카와 료이치에게서 “콘트라베이스 케이스라면 시체를 숨길 수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크로프츠의 《통》과 같은 소설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은 종전 이듬해인 1946년,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혼진 살인 사건》과 동시에 연재되었다. 당시 요코미조는 추리소설 전문지인 《보석》에 《혼진 살인 사건》을 연재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갑작스레 요절한 동료 작가 오구리 무시타로를 애도하고 기리고자 그를 대신해 《록》지에도 새로운 작품을 쓰기로 했다. 연재에 앞서 그는 세상을 떠난 동료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작품, 작가와 독자가 정정당당하게 지력을 겨루는 추리소설다운 추리소설을 쓰겠노라 선언하고 《혼진 살인 사건》만큼이나 이 작품의 집필에도 온 힘을 쏟았다.
독자들에게 천명했듯,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은 기발한 트릭, 암호 악보와 역밀실, 독자에의 도전 같은 황금기 퍼즐 미스터리를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하다. 동시에 고전적 탐정과 현대의 경찰 사이에 선 인물 ‘유리 린타로’를 비롯해 한층 입체적인 인간 군상과 복잡 미묘한 범행 동기, 다채로운 서사, 그리고 잔혹함에 무감해진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통찰까지 담아 선구적 면모 또한 보여준다. 다소 낭만적이고 통속적이던 이전의 작풍을 과감히 탈피해 트릭과 논리를 추구한 이 작품은 그를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끈 서구 거장들에 대한 도전이자, 자기 자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작가 사카구치 안고가 전 세계 베스트 5위 안에 들 만한다고 극찬한 작품, 오늘날 《혼진 살인 사건》과 함께 전후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이 요코미조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들과 고전 미스터리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근사한 연말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 차례
나비 부인 살인 사건
서곡 … 9
제1장 콘트라베이스 … 19
제2장 숫자의 문제 … 39
제3장 알토의 선율 … 55
제4장 읽을 수 없는 악보 … 71
제5장 모래주머니 … 87
제6장 유행가 가수의 죽음 … 99
제7장 무거운 트렁크 … 109
제8장 매니저와 조수 … 123
제9장 테너의 고뇌 … 135
제10장 장미와 모래 … 149
제11장 그녀와 다섯 남자 … 163
제12장 또 하나의 죽음 … 179
제13장 다섯 개의 창 … 197
제14장 트롬본 … 213
제15장 떨고 있는 소프라노 … 225
제16장 비극의 유머리스트 … 239
제17장 프리마돈나의 비밀 … 251
제18장 남편의 고백 … 267
제19장 바리톤의 탄식 … 283
제20장 파이프의 곡예 … 293
피날레 … 307
거미와 백합 … 331
장미와 울금향 … 383
작품 해설 … 441
■ 책 속으로
“계획범죄가 있다는 건 그만큼 사회질서가 잡혀 있다는 증거라고. 살인을 예로 들어봐도 인간 따위 아무리 죽여도 상관없는 분위기라면 고심해서 계획 같은 걸 세우겠는가. 사회가 진보하면 인명을 존중할 확률이 커지지. 인명이 존중되면 그만큼 살인에 대한 제재는 엄격해진다네. 그 제재를 피하기 위해 범인은 음험하고 번거로운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겠는가.”
“그럼 교묘한 계획범죄가 많을수록 사회는 진보하고 있는 셈이군요.”
“뭐, 그렇지. 적어도 범죄 따위 절대 없는 이상적인 시대가 올 때까지는.” _11~12쪽
가와다 군의 낯빛이 바뀌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열쇠를 찾다가 열쇠를 쓸 것도 없이 자물쇠가 부서진 것을 알아차리고는 케이스로 달려들어 뚜껑을 열었다.
정말이지 하라 사쿠라라는 여자는 일상생활 자체가 모두 연극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극적인 방식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여자였다. 하지만 여기 이 여자도 이만큼 극적으로, 이만큼 효과적으로 등장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콘트라베이스가 아니었다. 콘트라베이스 대신 하라 사쿠라의 시체가…… 장미꽃에 덮인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의 시체가 마치 이집트 고분에서 발굴된 투탕카멘의 미라처럼 들어 있었다. _38쪽
“경부님,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건 악보가 아닙니다.”
“악보가 아니라니…….”
“그렇습니다. 오선지에 콩나물이 늘어서 있으니 언뜻 보기엔 악보 같지만 조금이라도 음악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엉터리 악보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을 금방 알 겁니다. 여기에는 성악가들도 있으니 물어보면 아시겠지만 이래서야 부를 수가 없어요. 악보의 법칙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건 암호가……?”
“암호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 악보가 아니라는 것, 그뿐입니다.” _80쪽
“미쓰기 군, 왜 도쿄로 돌아왔나? 어젯밤 N 호텔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알고 있습니다. 행방불명된 사람이 있죠?”
“음, 알토인 사가라 지에코가 어젯밤부터 보이지 않는 모양이야. 하지만 내 얘긴 그게 아냐. 어젯밤에 N 호텔에서 또 살인이 일어났다고.”
“예에에에? 뭐, 뭐라고요?”
나는 수화기를 부서져라 움켜쥐었다. 전신이 오싹하게 얼어붙을 것 같았다.
“대체, 누가 살해당했습니까?”
“보조 매니저 아마미야 준페이. 방금 시마즈 군이 전화로 알려줬어. 이봐, 바로 오사카로 돌아가주게.”
_195~196쪽
소이치로 씨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을 응시했다. 하지만 범인이 이들 중에 있다 한들 그 표정을 보고 바로 이놈이다, 하고 짚어내기란 불가능했다. 묘하게 오들오들 떨고 있는 오노 군은 의외로 죄가 없을지도 모르고, 전부 포기한 듯한 시가 씨가 도리어 대담무쌍한 범죄자일지도 몰랐다. 쓰치야 군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고, 마키노 씨는 자꾸만 손톱 끝을 물어뜯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같은 발언을 한 장본인인 소이치로 씨야말로 수상쩍지 않은가. _3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