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난 너랑 제일 친하다고 했잖아. 너만 있으면 돼. 다른 새끼들 다 필요 없다고.’
‘…….’
‘다른 애들이랑 절교라도 할까? 난 그래도 상관없어. 뭘 바래? 차라리 말을 해. 어?’
소꿉친구를 짝사랑한지 N년 째.
그놈의 우정 타령이 지겨워 기약 없는 마음을 접고자 하선재는 서정현을 피해 다른 대학교로 진학한다.
그러나 서정현은 기어코 그런 하선재를 쫓아와 그의 새로운 일상에 사사건건 참견을 하는데.
“하선재, 휴대폰 내놔.”
“왜 자꾸 나보고 가래? 내가 갔으면 좋겠어?”
“내가 여기 말고 갈 데가 어딨어.”
“너 왜 이렇게 연락을 안 받아?”
“하선재. 지금까지 누구랑 있었어?”
그러더니 급기야는,
“그럴 거면 나랑 사귀어.”
“……뭐?”
아무리 우정에 미쳐도 그렇지,
친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
***
“좋아. 뭘로 할 건데?”
“제시어는…….”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 휴지가 보였다. 나는 고민 없이 말했다.
“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정현이 즉시 말을 이었다.
“지랄.”
“아, 야!”
이 자식이. 끝말잇기를 물로 봐? 내가 짜증을 내자 되레 억울하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왜? 얘도 있는 말이잖아.”
“비속어 안 돼. 다시.”
서정현이 뚱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했다.
“……지우개.”
개? 입에서 자연스럽게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개새…….”
“아, 뭐야. 욕 안 된다며?”
“장난이야. ……개강.”
대학생이 개강해지는 시기. 개 하면 역시 개강뿐이다. 서정현은 잠시 표정이 안 좋아졌으나 우리가 끝말잇기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강… 강변?”
확실히 아마추어 녀석이라 그런지 단어 선정이 정말 뻔했다. 강변 나올 줄 알았음. 변으로 시작하는 단어쯤이야 쉽지.
“변호사.”
“사…….”
서정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와, 사를 망설인다고? 솔직히 거저 준 건데. 생각보다 정말 허접이다. 우리 주점에 오는 손님들 수준이 이 정도라면 서비스 방어전은 문제없었다.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 그가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