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산업개혁에 막 시작되려는 새로운 시대. 그러나 헤이스팅스가의 가주 데미안은 새 시대에 발을 맞추기는커녕 당장 먹고살 걱정이 앞서는 처지다. 결국 제 몸을 팔러 갈 지경에까지 이른 최악의 순간, 타이밍 좋게 데미안을 찾아온 한 남자. 잘 차려입은 옷과 건장한 체구, 훤칠한 이목구비. 탁한 녹색의 눈동자. 분명 제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과 달랐지만 데미안은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네가, 어떻게….” “바로 알아봐 주니 기쁘네요. 사슴을 잡으러 왔는데 여우가 걸릴 줄은 몰랐지만.” 남자가 제게 사냥용 장총을 겨눴다. 총구의 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예쁜 황금색 털의 여우가.” 덧붙이는 목소리 끝이 희미하게 들떠 있었다. 남자, 셰인은 데미안에게 있어 오래도록 가슴에 묻어 둔 죄악감의 원인이자 절대 인정할 수 없던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옛날 제 장원의 노예였던 셰인이 번듯한 성까지 가지고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건 주종관계를 뒤바꾸는 것이었다. “사내새끼가 잘해 주는 이유가 뭐겠어요? 다 어떻게 한번 해 보려고 그러는 거지. 내 정부 노릇을 해 줘요. 7년을 전쟁터에서 구르다 살아 돌아왔는데, 잠시 어울려 줄 수 있잖아요?” 데미안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갚아야 할 죄가 있기에, 그가 무엇을 원하든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 본문발췌 “이대로 여기서 할까요?” “…….” 새파란 눈동자가 흔들렸다. 남자는 말뿐이 아니라는 듯 허리를 느긋하게 추어올렸다. 젖은 아래에 닿은 그의 하반신이 단단하게 발기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은 침을 삼켰다. 안은 이미 풀릴 대로 풀려 성기를 들이미는 순간 바로 삼킬 것이었다. 그러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바깥에서도 알게 되겠지. 몸속을 돌던 열기가 한순간 식었다. 이미 소리가 조금 새 나갔을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계속하면 아까와 차원이 다를 것이었다. 문득 저택에 들어오면서 봤던 사용인들과 무표정한 인상의 집사가 떠올랐다. 어쩌면 제 용도를 몇몇 이들은 알고 있겠지만, 정사의 소리를 고스란히 들려주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런데 이걸 거절할 수는 있나? 정부라는 제 입장을 자각하자 몸이 굳었다. 데미안이 머뭇거릴 때였다. “아.” 셰인이 데미안의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안아 올렸다. 엇, 하는 사이 데미안은 그의 팔에 의지해 공중에 떠 있었다. 데미안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리 저보다 장신에 체격이 좋다지만 작지도 않은 성인 남자를 아이처럼 들어 올리다니…. 하필 이럴 때 알파들이 힘은 타고난다던 게일의 말이 떠오르는 건 뭔지. 셰인이 아이를 어르듯 다정한 투로 말했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요?” 데미안은 마찬가지로 다정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듣기에 아주 달콤한 말이었다. 그런데 왜 제 기분이 가라앉는지 모를 일이다. 셰인은 잠잠해진 얼굴에 입술을 꾹 누르고 말했다. “맨정신으로 십 년 만인데 들어가서 오래오래 박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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