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키워드 : 현대물, 잔잔물, 미인공, 천재공, 벤츠공, 상처있공, 매너있공, 상처있수, 까칠수, 평범수
13년 전 짝사랑하던 선생님 앞에서 아웃팅을 당한 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도망친 채 홀로 살아온 기서.
어쩌다 선생님의 장례식에 동행한 것을 계기로
여러 모로 특이한 남자, 무하와 짧은 시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초면이나 다름없는 사람이기에,
이후로는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기서는 자신의 지질한 과거와 아픔, 밑바닥을 모두 무하에게 내보였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한 달 후 우연히 무하와 마주치고 만 기서.
“이상하죠? 기서 씨가 그 사람하고 같이 있는 게 화가 나요.
얼굴 마주 보면서 웃는 게 용납이 안 돼요.”
“무하 씨가 뭔데…….”
“예. 뭘까요? 제가 뭔데 이럴까요?”
설상가상 몰아붙이듯 무하가 내비치는 뜻밖의 감정에
기서는 마냥 도망치고만 싶어지는데…….
▶잠깐 맛보기
“제가 오늘 어딜 가려고 했었는지 압니까?”
나는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내가 그걸 왜 궁금해야 하는데요?”
“기서 씨를 보러 오려고 했으니까요.”
다시 말문이 막혔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한 달 내내 당신을 볼 수가 없어서요. 매일 그 카페에 가서 당신을 기다려도 안 와서요. 참다못해 이언의 핸드폰에 있는 당신 번호로 전화를 할까도 수도 없이 생각했어요. 혹시나 이언이 지울까 싶어 따로 적어 두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못 했어요.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인 그가 손을 올려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이젠 좀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오다가다 지나친 사람이 갑자기 전화해서 그런 걸 물어봐도 되나. 아니면 그냥 안부 차 전화했다고 해야 하는 건가. 주려고 준 전화번호도 아닌데 이렇게 전화하는 것은 실례가 아닌가.”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지만 그도, 나도 내리지 않았다. 다시 문이 저절로 닫혔다.
“전화는 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기서 씨 얼굴을 봐야겠다고. 이언이 일이 없어서 차를 쓸 수 있겠다 하는 순간,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가 손을 내렸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내가 아닌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집에 있을지 없을지는 관심도 없었어요. 얼굴 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런데 거기서 기서 씨를 본 거예요. 그래서 너무 반갑고 좋았는데…….”
“……내가 왜요?”
나는 가까스로 소리를 내어 물었다.
“나한테 왜요?”
그가 내게로 눈을 맞췄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나올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왤까요? 왜 기서 씨를 봐야 했을까요? 그런데 이건 알아요. 애초에 절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당신이었다는 거.”
“……그래서 안 봤잖아.”
내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안 보려고 했어. 너무 많이 보여 줘서, 너무 많이 알게 해서 더는 안 되겠다고…… 이젠 보지 말아야겠다고.”
아래로 늘어뜨린 손을 말아 쥐면서 나는 잔뜩 몸을 움츠렸다.
“우연에 사고가 겹친 것뿐이잖아. 어쩌다 보니 내 속이 다 뒤집혀 까였는데, 마침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그래서 돌려보내 줬잖아.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고 놔줬잖아.”
“……안 보려고 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