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싸늘한 바람이 낯선 감각을 깨웠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붉은 칼날 아래 흩어지던 고통이었는데, 눈을 뜬 곳은 흑과 백의 경계가 흐릿한 공간이었다. 발밑에는 부유하는 영혼들의 희미한 울음소리가 덧없이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의 감각조차 무뎌질 때쯤,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이제 너는 망자가 아닌, 길을 인도하는 자가 된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냉랭한 기운과 함께 등 뒤에 매달린 검은색 두루마리가 존재를 알렸다. 그 위에는 낯설고도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름조차 희미해진 과거의 기억 조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 따뜻했던 온기,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절망… 이제 그 모든 것은 아득한 꿈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다. 저승의 문턱에서 다시 태어난 존재… 이제 그의 칼날은 개인적인 복수를 넘어, 정해진 운명의 길을 벗어난 영혼들을 인도하는 데 쓰일 것이다. 그러나, 잊혀진 줄 알았던 과거의 그림자는 불길한 조짐과 함께 다시금 그를 옭아매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