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해가 지면, 폐허가 된 마을이 깨어난다. 무너진 담벼락과 텅 빈 집들 사이, 그곳에는 사람이 아닌 존재들이 살아간다. 아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할 뿐이다. 밤이 되면 강시는 관을 열고 나와 달린다. 이유는 없다. 목적도 없다. 동이 트면 돌아와 다시 관 속에 눕는다. 처녀귀신은 빈집에서 흐느끼며 지나간 인연을 애타게 부른다. 몽달귀신은 우물가를 떠돌고, 어인귀는 부서진 다리 밑에서 기어 나온다. 인조귀는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 헤맨다. 그들은 밤마다 움직이고, 동이 트면 사라진다. 기억도 감정도 없는 채, 그저 반복할 뿐이다. 이것은 망각과 집착, 그리고 존재 그 자체의 이야기. “밤이 오면 우리는 깨어난다. 그러나, 그것이 삶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