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나라가 무너진 날, 그는 달아났다. 검은 연기 속에서, 불타는 성벽 아래에서, 고구려의 이름과 함께 스러져가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고연도, 망국의 후예. 무엇 하나 이룬 적 없는 사내가 이제 백성들의 앞에 섰다. 이름도, 땅도, 내일도 사라진 이들을 데리고 그는 서쪽으로, 아무도 닿지 않았던 황야를 향해 걸었다. 모래와 바람이 삼킨 길 위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았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연도는 묻는다. “무너진 나라의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라진 삼족오의 그림자 속에서, 한 사람과 한 무리의 사람들은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간다. 그들은 다시 나라를 세울 수 있을까, 아니면 기억 속으로 사라질 다른 이름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