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늦가을의 산사. 바람은 잎을 털어내며, 마당엔 귤 향이 스며 있었다. 그녀는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그 절을 찾았다. 일의 피로가 극에 달하면 늘 이곳으로 와서 숨을 돌렸다. “그대는, 일에 쫓기는 삶 속에서도 마음의 주인은 여전히 그대 자신입니까?” 스님의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주인이라기보단… 그냥 살아지는 대로 버티는 중이에요.” “사람은 두 번의 생을 산다 하더군요. 하나는 ‘살고 있는 생’, 또 하나는 ‘살 수도 있었던 생’. 그 두 생이 언젠가 만나면, 그때가 진짜 삶의 시작이라 하지요.” 그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낙엽 몇 장이 찻잔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그저 차를 들이키고,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그녀의 시간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