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8살, 그날 밤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핏빛 얼룩으로 내 삶에 새겨졌다. 짙은 안개와 가랑비 속, 차가 불타는 절벽. 붉게 물들어가는 앞좌석, 사라진 여동생의 희미한 손짓. 그리고… 뜨겁게 달아올라 피부를 태울 듯했던 목걸이. 뉴스에는 단순한 교통사고라 했지만, 내 눈은 다른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 서울 재개발 지역의 낡은 옥탑방. 나는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 갇혀 불면증에 시달린다. 벽에는 불면증 약 복용 기록이 빼곡하고, 마당의 약초 화분은 말라죽은 지 오래다. 할머니의 낡은 사진만이, 내가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흔적이다. 귀신에게 보이지 않는 남자, 그리고 숨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 은신부(隱身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