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어릴 적부터 칼끝 앞에서 눈을 감지 않는 훈련을 받았고, 최후의 일격이 들어올 때에는 오히려 막연한 안도가 있었다. 남작가의 장남, 기사 시온 하트필드. 내 마지막은 그렇게 끝났다. 붉은 깃발, 함성, 그리고 처연한 하늘빛 아래에서. 눈을 뜨자, 창백한 살결과 비단 이불이 있었다. 하늘은 눈앞까지 내려왔고,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풀향이 코끝에 베었다.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아니면 옛 동화처럼 요정들의 장난으로 시간을 거슬러 온 것일까. 막연히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간 나는 흠칫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세릴린?” 빛을 반사한 유리에 비친 모습은, 전장을 누빈 기사의 것이 아닌, 내가 한때 가장 증오했던 여인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