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짙은 어둠을 두른 회랑 저편,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무채색 갑옷을 걸친 채, 벽에 기댄 모습. 그 눈빛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눈이 마주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강현. 그의 시선은 검처럼 차가웠으나, 어딘가 소유하려는 욕망이 스며 있었다. 단지 손끝이 공기 속에서 닿았을 뿐인데, 아령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아령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지만, 눈가에 붉은 기운이 번졌다. ‘왜… 왜 이렇게 뛰는 거지?’ 수레에서 내려 궁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또 다른 시선이 그녀를 훑었다. 은빛 비단 차림의 사제, 라드였다. 그는 고요히 미소를 지었는데, 그것은 낯설고도 기이하게 익숙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것 같군요.” 그의 미소 속에 깃든 몽환적 친밀감에 아령은 어지러워졌다. 마치 꿈속에서 본 장면을 다시 겪는 듯한 기시감. 바람이 불자 수레 끄는 말이 크게 울부짖었다. 그 순간, 야성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붉은 망토를 두른 사내, 테무진이 저만치에서 걸어왔다. 늑대 같은 두 눈이 그녀를 향하는 순간, 그는 미세하게 숨을 삼켰다. “……냄새가.” 그의 낮고 거친 속삭임은 분명 그녀를 향한 것이었다. 본능이 먼저 반응한 듯, 아령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매혹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