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드디어 세상의 멸망이야. 검붉은 안개가 하늘을 덮고, 포탄이 신의 축폭처럼 타오른다. 신의 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희망 또한 없어. 부패한 정부는 파멸을 맞이하였으며, 인간이라는 종은 곧 끝을 마주할 것이다. 푸른 경계선이 몰려온다. 뒤틀린 시야가 아찔하게 흔들리고, 두개골 안쪽이 윙윙거리며 어지러움이 몰려온다. 귓가를 맹렬히 채운 이명이 끝을 알린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팝업창들. 그것이 반사된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물든다. 건물의 뼈대가 흔들린다. 힘을 잃은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추락한다. 추락하는 거야. 이 건물은 물론이고, 이 지대를 모두 날려버릴 거야. 아무도 우리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할 거야. 거대한 아가리가 그의 얼굴 바로 앞까지 들이닥쳤다. 비릿한 철의 냄새가 난다. 그리운 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사형집행인의 칼날과도 같았다. 그러나 나는 너로 인해 죽는 게 아냐. 똑똑히 알아둬. 내 사인은 명백히 독살이니까! 니로 세레노는 눈을 감는다. 마지막이 될 숨을 들이켰다. 비상이라. 글쎄. 이것이 비상(非常)일 지 비상(飛上)일 지는 두고 봐야겠지? 약에 절여진 뇌는 이상을 채운다. 동시에 현실감이 점점 멀어진다. 찬란한 푸른빛이 그의 소망에 답하듯, 시야를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