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나는 떨어뜨린 검을 쥐고 다시 일어났다. 눈 앞의 적은 여전히 무섭고, 떨리는 눈동자에 깃든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지만 검을 쥔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휘리리릭 푹! 챙! 카가가각 눈 앞을 스치는 검을 피하려 땅을 구르고 손에 쥔 흙을 던지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세를 잡았다. '상단' 챙! "곧 쓰러져 죽을 녀석이 발악을 하는구나." 거리를 벌리고 조롱을 내뱉는 상대의 검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나는 숨을 고르고 움켜진 검을 들어올렸다. '그렇게 악을 쓰고 달려들면 언젠가 반드시 지치는 법이다. 뒷 걸음질치며 거리를 벌리고 한정된 검로를 막아서면 뭘 할 수 있겠느냐?' 스승의 말이 여전히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고 '그럼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얌전히 막다가 죽으란 말입니까?' 과거의 내가 같은 물음을 내뱉었다. 저벅 저벅 한 걸음 한 걸음씩 왼손엔 검을 오른손엔 흙을 쥐고 나아갔다. '걸어라. 나를 향해 걸어오며 목숨을 걸어라.' 저벅 저벅 "검사의 긍지마저 버렸구나. 천박한 놈." 촤아아악 "멍청한 놈, 이제 죽어라!" 상대방의 뒷걸음질 친 발이 호선을 그리며 그대로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왔다. 아니, 곧 찔러올 것이다. 스르르륵 왼손에 검이 오른손으로 옮겨지며 나는 빙그르르 돌았다. 서늘한 느낌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어느새 돌아온 왼손이 떨리는 검을 움켜쥐었다. 푸욱! 커헉! 털썩! "하아, 하아." 그리고 난 한참동안 그걸 바라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