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2024년 12월, NASA는 소행성 ‘2024YR4’의 충돌 확률을 3.1%로 발표했다. 로또 당첨 확률보다 20만 배 높았고,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60만 배 높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간과했다. 매주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고, 비행기 사고 뉴스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인류는, 공룡 다음으로 멸종한 지구의 다섯 번째 지배종이 되었다. 소행성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는 순간, 나는 아내를 감쌌다. 그 열기로 온몸이 타들어갔다. 아내의 얼굴이, 눈동자가, 타들어가며 사라졌다. 나는 울부짖었다. 그리고 함께 죽었다. 그랬을 텐데—눈을 떴다. 책상 위엔 천체물리학 책이 놓여 있었고, 파란색과 흰색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교복을 입고 있었다. 눈을 들어 보니 덜덜거리는 선풍기가 천장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돌아왔다." 이 감각. 이 기억. 1994년 여름, 나는 13살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