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그에게는 늘 자신은 어린 동생과 다름이 없었다.
그날도 어느때와 다름 없이 똑같은 하루였다.
명목상 약혼녀인 제 생일을 위한 식사 자리.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지긋지긋한 그의 스캔들 기사를 보고 왔다는 것.
“나 선물로 받고 싶은 게 하나 생겼거든.”
가면으로 진심을 감춘 얼굴은 꽤 그럴싸하게 꾸며져 있었다.
다행이었다, 어차피 모를 거라면 그가 마지막까지 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좋겠으니까.
“이제 다 컸다더니 선물 사달라고?”
“내가 말하면 줄 수는 있어요?”
“줘야지, 무려 이해인이 직접 부탁까지 하는데.”
선뜻 수락하는 정호의 목소리가 꽤 가벼웠다.
“내가 뭘 부탁할 줄 알고.”
“그렇게 말하니까 좀 무섭긴 하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시선을 마주하며 해인은 입꼬리를 가까스로 끌어 올렸다.
이건 해인의 작은 복수였다, 차정호의 약혼녀라는 타이틀을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사소하지 못한 복수라는 이름의 남은 미련에 가까웠다.
“안아줘, 내 처음이 다른 남자여도 오빠는 괜찮겠어요?”
천연덕스럽게 질문을 던진 해인이 테이블 너머를 물끄러미 주시했다. 천천히 잔을 내려놓으며 무언가 충격이라도 받은 듯 정호의 얼굴이 서늘하게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