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하고 싶어요.”
“…….”
“아빠한테서 도망치는 거. 그거 하고 싶다고요.”
“그럼 간단하네.”
치이익. 재떨이에 담배가 비벼지며 시뻘건 불이 꺼졌다.
“말이 약혼이지, 몸 섞는 사이라 생각해.”
……몸?
“그러면 난 대가로 그 뭣 같은 집에서 구해 주지.”
맥락을 다 이해했으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상식은 지랄이.”
“맞잖아요.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몸을 섞다니 무슨 짐승도 아니고…….”
혼란에 찬 낯을 하고서 뒷걸음질 쳤다.
“저, 그때는 제가 술에 취해서 그랬던 거예요. 평소엔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요.”
그가 코앞까지 맞붙어 오자 향수와 섞인 담배 냄새가 훅 끼쳤다.
“난 여자한테나 올라타는 줄 압니까?”
“……읍.”
“누굴 걸레 새끼로 아나.”
두 가지 향이 섞인 짙은 향내에 순간적으로 내쉬는 숨을 멈추었다.
“근데 너와 내가 꽤 잘 맞았거든. 짐승처럼.”
“읏, 이상한 말 좀 그만…….”
“어떤 여자와도 끝까지 간 적이 없었는데.”
커다란 손바닥이 아랫배에 닿았다.
“잠깐-!”
그것에 놀라 움찔댔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너랑은 끝까지 갔지.”
“이러지 말아요……!”
애걸하듯 흩어지는 음성을 묵살한 손이 등을 훑으며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뱀처럼 휘감으며 올라온 손은 곧 목덜미에 다다랐다.
“마음에 들었다고. 네 몸.”
귓바퀴 가까이에 붙은 입술이 낮게 깔리는 음성을 속삭였고, 목뒤에 있는 손은 예민해진 살결을 쓰다듬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같은 회사라니. 이 정도면 날 때부터 뒹굴 운명인 거 아닌가?”
여차하면 둘의 입술이 붙을 듯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