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공: 차재희. 영화수입사 플로레오의 대표. 유복한 집안, 잘생긴 외모, 영특한 두뇌로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원하는 게 있으면 얻지 못할 게 없었으므로,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결핍을 느껴본 적 없다. 그래서 더 쉽게 서지안의 감정을 모른 척 밀어내곤 한다.
●수: 서지안. 외화 번역가. 오래전 차재희와 마주쳤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해오다, 재회 이후에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차재희와 엮인다. 어머니의 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불신이 커, 재희와의 관계에서 해묵은 감정이 되살아날수록 끔찍함과 두려움을 느낀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는 서지안은, 지인의 부탁에 못 이겨 영화 시사회의 통역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간직해온 첫사랑 차재희와 재회하게 된다.
마침 실력 있는 번역가를 찾고 있던 차재희는 깔끔한 통역은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은 포인트에서 반응하는 서지안에게 흥미를 느낀다. 손수 찾아가서 계약서를 내밀었을 만큼.
지안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차재희를 보며 내심 서운함과 안도를 느끼고, 능력 있는 대표와 실력 있는 번역가로서 공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꼭꼭 감춰왔던 지안의 감정은 술김에, 충동적이라는 단어 앞에서 날것 그대로 드러나버리고 만다.
***
시선이 오래도록 마주쳤다.
“…왜.”
다시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지안이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글쎄요.”
취기 탓인지 부쩍 솔직해진 감정이 옅은 색 눈동자 안에서 불꽃처럼 일렁였다.
“싫어요?”
“아니… 아니요.”
술에 절어 있으면서도 서지안은 고개를 양옆으로 저어 가며 단호하게 부정했다. 피식 웃으며 서지안이 하는 양을 바라보던 그는 턱을 괴고 있던 손으로 제 뺨을 툭툭 두드렸다.
저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게 저런 식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이들은 많았다. 개중에는 드물지 않게 남자도 있었다. 차재희는 그런 불순한 목적의 접근을 구태여 밀어내 본 적 없었다. 그럴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언제든 상처받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었으므로.
“서지안 씨.”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으로 갈래요?”
상처받는 것은 제 몫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