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병조판서 댁 둘째 딸 아란은 부모님이 짝지어준 추한 외모의 최 도령과 혼인할 처지에 놓인다.
체념의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아란은 동무, 홍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란아, 나 색우를 찾았어.”
“색우? 그게 뭐야?”
“요즈음 도성에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풍습이야. 색우는 가볍게 만나서 하룻밤을 보내고 쉽게 헤어지는 사내와 여인의 관계를 뜻해. 즉 색우는 서로 정을 통하는 동무라고 할 수 있지.”
“세상에.”
“어때, 아란아. 너도 색우 하나 필요하지 않니?”
음전한 규수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기생집을 밥 먹듯이 드나드는 추남 최 도령과 혼인해서 평생 일부종사하기는 억울했다.
게다가 아란의 몸은 매일 밤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고려가요를 읽어도, 춘화집을 봐도, 식혀지지 않는 열기였다.
그랬기에 혼인하기 전에 딱 한 번만이라도 근사한 사내에게 안겨 보고 싶었다.
결국 아란은 ‘색우’와의 하룻밤을 맞이하게 되는데.
“내가 오늘 그대의 환상을 실현해 보이지.”
머릿속으로 기백 번도 넘게 상상해 왔던 잘생긴 사내의 튼튼한 나신을 실제로 마주하자, 아란은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미소는 너그럽되 눈동자는 차가운 사내.
“낭자는 평소에 만전춘을 읊으며 무슨 상상을 했습니까?”
“예?”
“내가 맞혀 볼까요? 낭자는 이 시를 읊으며 처음 본 사내와 음란하게 뒤엉켜 뒹구는 상상을 했겠지요.”
칼바람처럼 속삭인 사내의 입술이 주저 없이 아란의 입술에 닿았다.
사내가 사정없이 아란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느덧 아란은 사대부가의 규수가 아닌 색욕을 즐기는 여인으로 타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