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만약에 한국사』는 지난 백 년 동안 한국사의 흐름을 바꾼 순간들에 도발적인 ‘만약에’를 대입한다. 34개의 흥미진진한 가정을 통해 한국사의 결정적인 기로에 섰던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탐험한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갔던 길’의 역사적 의미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의 선택을 위한 신선한 교훈들을 던져준다.
‘만약에’로 뒤집어 본 한국사 깊이 읽기
역사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만약에 김재규가 ‘유신의 심장’을 쏘지 않았다면?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분, 궁정동 안가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한반도의 현대사를 요동치게 만든 총탄들 가운데 그 충격과 울림이 가장 컸던 운명의 한 발이었다. 만약에 김재규가 ‘유신의 심장’을 향했던 그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면, 과연 유신체제는 박정희가 자연사할 때까지 존속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박정희는 여전히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만약에 한국사』는 이런 가정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사건의 전후와 경과를 면밀히 분석한다. 10.26은 충성경쟁에서 밀려난 김재규가 차지철에 대해 품었던 앙심이나 개인적인 권력욕 때문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역사를 복기하다
바둑기사들은 치열한 대국이 끝나도 복기에 공을 들인다. 승패와 상관없이 서로가 두었던 수백의 착점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악수나 패착을 찾아내고, 그 대목에서 최선의 수는 무엇이었을까를 탐구하는 일이다. 그들은 이런 복기를 통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될 뿐더러 실력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때로는 대국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만약에’와 ‘그렇다면’을 반복하며 ‘그게 최선입니까?’를 묻는 것이다. 『만약에 한국사』의 저자들이 가진 문제의식도 이 언저리에 있다.
‘만약에’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현대사의 파노라마
『만약에 한국사』에는 대중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사실에서 출발한 가정들도 있다. 이를테면, 20세기 초 러시아와 일본이 39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사실이다. 1945년의 분단보다 거의 반세기나 앞서 우리의 운명이 남의 손에 의해 분단될 뻔했다는 것이다. 상당히 성사 가능성이 높았던 이 방안은 결국 일본의 과욕 때문에 결렬되었고 러일전쟁으로 이어졌다. 『만약에 한국사』는 1903년 당시 이 논의가 실제 현실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으로 책의 서두를 연다. 결론을 말하자면, 러일전쟁을 통해 일본이 동아시아의 패자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미국과 맞서기보다 협력하여 소련을 견제했으리라는 것이다. 어쩌면 미군과 일본 황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39도선을 넘어 소련군을 몰아내고, 성조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압록강변에 휘날렸을지도 모른다는 드라마틱한 장면까지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