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한 번 자면 끝날 줄 알았다. 권호범 또한 제 입으로 얼굴 보는 건 그날로 마지막이라고 했었는데. “나.” 또다시 혜안을 찾아온 권호범이 낮게 목소리를 냈다. 평소와 다르게 머리를 올리지 않아서인지, 더욱 앳되어 보였다. 비단 나이를 알게 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스물두 살밖에 안 된 놈……. “너한테.” 뚝뚝 끊어지는 말소리에는 어쩐지 물기가 좀 묻어나는 듯했는데, 혜안은 이내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권호범은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다. ‘지금도 봐. 자기보다 네 살이나 많은 사람한테 너너거리고, 반말하고…….’ 혜안은 권호범이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각인했어.” 그래서 그의 뜬금없는 말에 타당한 의문을 재기했다. “각인? 누가?” 권호범은 격분했다. “방금 말했잖아. 내가. 내가!” “아, 알겠어. 네가 각인했구나. 그랬구나.” 혜안은 서둘러 권호범을 달랬다. 테라스에 앉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물론 카페 내부에 앉은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혜안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생각만 할 때였다. 권호범이 다시 각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각인했다고. 내가, 너한테.” “나, 나한테?” 뒤늦게 혜안은 입을 크게 벌렸다. “네가 나한테 각인했다고?” “그날 노팅했잖아.” 그렇게 말한 권호범은. “책임져.” “뭐……?” “나 책임지라고!” 당당한 요구에 혜안은 그만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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