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눈이 내리는 날, 상처 난 손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 지유하.
그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손톱에 빨갛게 물들인 여자 이별.
십 년 만의 재회.
오랜 시간을 지나고 난 뒤에야 마주선 유하와 이별의 사랑전쟁의 결말은?
집으로 향하는데 조금씩 날리던 눈발이 점점 굵어졌다. 머리에 떨어진 눈이 조금 전의 싸움으로 몸에 열기가 달아올라서인지 금세 녹아 머리가 젖어 갔다. 축축함으로 인해 짜증이 몰려와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간판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여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자 몸에 흡수되는 니코틴 덕인지 한순간 몰려왔던 짜증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쏟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데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여자가 자신의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우산을 쓰고 있어 눈을 피할 필요는 없어 보이던 여자가 앞에 서더니 빤히 쳐다봤다.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켜며 인상을 쓰고 사나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여자가 우산을 접고 간판 아래로 들어오더니 뒤에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려 뒤적였다. 원하는 것에 손에 잡힌 듯 다시 가방을 메고 자세를 바로 했다. 무심히 하는 짓을 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 쏟아지는 눈을 쳐다봤다.
“저기. 이거.”
눈앞으로 갑자기 뻗어지는 손에 몸을 뒤로 뺐다. 초점이 맞춰지자 확인해 보니 여자의 손에는 연고가 들려 있었다. 전혀 받을 생각이 없다는 듯 여자를 노려보자 여자가 한숨을 쉬더니 연고 뚜껑을 돌려 열었다. 손에 연고를 짜는 모습을 보며 설마 했는데,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손끝에 짜낸 연고를 담배를 들고 있던 손을 잡고는 바르는 것이었다. 당황함에 그냥 내버려 두자 할 일을 다 마친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뭐야.”
내 물음에도 대답을 않던 여자가 손에 들고 있던 연고를 내 손에 쥐어 주더니 다시 우산을 펴고 멀어져 갔다. 손에 들린 연고를 무심히 내려다보다 연고 끝부분에 적힌 글자에 시선이 멈췄다.
[E★]
“이별?”
여자가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주다 다시 연고에 적힌 글자를 쳐다보는 걸 반복하다고 나서야 연고를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다 태워진 담배를 눈 위에 버리던 중 연고로 인해 반들거리는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바라보다 그치지 않을 듯한 함박눈에 한숨을 나지막이 뱉은 후 유하는 여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