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비운의 마이트너와 불운한 베르나도데의 만남. 전쟁에서 패한 뒤 몰락한 왕족, 아델린 베르나도데. 사람들은 갈 곳 없는 처지이던 아델린의 새로운 짝이 미카엘이라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비록 그 상대가 악명 높은 ‘마이트너’일지라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겼다는 미카엘 마이트너!’ 아델린은 흔들리는 눈으로 이 관계의 선택권을 가진 남자와 시선을 맞추었다. 스산한 잿빛 안개로 뒤덮인 눈동자가 상대의 값어치를 가늠하듯 깊어졌다. 그 눈길 앞에서 아델린은 움츠러들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실었다. “저는 백작님께서 이 혼담을 받아들이셨으면 해요.” 아델린을 바라보던 무감한 눈빛에 순간 흥미가 피어올랐다. *** 딸깍, 안주머니에서 꺼낸 케이스에 담배를 집어넣는 손길은 여유로웠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카엘 마이트너입니다.” 짤막한 소개를 끝낸 남성의 입매가 시원하게 올라붙었다. 승전국인 카셀의 군수업을 독점한 미카엘을 일컫는 수식어는 끝도 없었다. 그중에서도 패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건 단연코 ‘피의 학살자’였다. ‘수많은 사람을 살상케 한 무기를 공급한 장본인이라기엔…….’ 모든 게 지나칠 정도로 느긋하면서도 반듯했다. 햇살이 스민 청회색 눈동자에 미소가 번지자 서늘하던 인상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짧은 탐색전을 끝낸 아델린의 귓가로 다정했던 유모의 당부가 울려 퍼졌다. “왕녀님,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이성은 속을 알 수 없는 데다 얼굴까지 잘난 남자랍니다.” “일평생 여자 속을 끓게 만드는 작자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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