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바인드 오프(Bind off) : 편물을 뜨는 내내 대바늘에 걸려 있던 모든 코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과정.
손뜨개 디자인 브랜드 ‘보옥 당실’과 니트 브랜드 ‘아린’의 대표 준희.
그녀에게는 닿을 수 없는, 그리고 닿아서는 안 될 과거의 연인, 무찬이 있다.
준희는 눈을 감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집안의 반대라는 현실의 벽을 무릅쓰고, 이별을 염두에 둔 서글픈 동거를 했던 두 사람.
그들의 과거는 지나치게 행복하고, 지나치게 완벽했다.
“기다리는 거, 그만하자.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만나자.”
밀어내기에 바쁜 준희에게, 무찬이 먼저 다가섰다.
진심 어린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준희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무찬이 늘 자신보다 한발 앞서 걷는 사람이라는 걸…….
무엇보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괜찮은 척 지내 온 시간이 연기처럼 흩어진다는 걸…….
참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시간이었다.
서로를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잠시 그러는 것이 옳다고 여겨졌기에,
죽을힘을 다해 견뎌냈던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