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경시청은 꽤 인도적이다. 굳이 아프게 직접 죽으려 할 필요 없다."
체포해놓고 '안아프게 죽여줄게.' 따위를 위로랍시고 하는 저 남자는 수도 경시청의 최고 에이스이자 원작의 서브남주, 에단 카다로스 경무관.
“내 말을 좀 들어봐.난 진짜 아니라니까?”
“여기선 누구나 그렇게 말한다.”
미치겠네 진짜. 나는 침대에 꽁꽁 묶인 채 나를 체포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눈을 떠보니 수도 최고 프리마돈나의 살인 현장에서 검거되어 체포 되었다. 꿈인 줄 알고 깨어나려고 투신했는데 몸만 더럽게 아프다. 알고 보니 여긴 내가 잠들기 직전 읽은 피폐소설 <가시면류관의 주인> 속이었다!
“얌전히 좀 있어라.”
나를 심문하기 위해 들어온 에단 카다로스는 내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당신 똑똑하잖아. 이성과 냉정함만으로 이 자리까지 온거 아냐? 기억이 안난다고. 지금 내 논리에 어떤 허점이 있어?”
“기억이 없다고 지껄이는 것치곤 날 아주 잘 알고 있어보인다는 점.”
아니, 내가 읽은 소설에 니가 나온다고 말할 수도 없고! 얼굴만 잘생기면 다냐!
*
“율리아, 난 당신 뿐이야. 믿어줘요.”
넌 또 뭔데?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하게 웃더니 내 손등에 입을 맞춘다.
“난 정말 당신이 없으면 안돼.”
“으응.”
“그러니 율리아, 내 말만 믿어요. 다신 다른 사람 말 믿고 그런 일 벌이지 않기야.”
“아니, 내가 밀친 거 아닌데.”
“응, 맞아요. 율리아 말이 다 맞아. 나는 믿을게요. 율리아가 나를 믿는 것처럼.”
난 그냥 원작 내용으로 꿀이나 빨고 싶은데 원작에도 없는 넌 대체 누구니.......
*
이왕 빙의한 거 새로운 삶이나 다시 살고 싶은데 자꾸만 주변에서 사건이 터진다. 증인의 죽음, 목격자의 죽음, 출생의 비밀, 살인범의 배후 찾기 이런 거 나 다 사양하고 싶다고!
귀갓길에 갑자기 손수건으로 입이 막힌 채 납치 당하는 건 솔직히 너무 클리셰 아니냐? 나는 타도 클리셰를 외치다 뒷목을 후려치는 강한 힘에 기절하고 말았다.
*
“제발……. 얌전히 좀 있어라.”
그의 목소리는 타박이 아닌 애원처럼 들렸다. 처음 나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했던 때와 지금, 그의 표정과 말투는 얼마나 다르지?
에단, 너는 알고 있어? 네 표정이 어떤지.
“뭐야, 나 좋아해?”
“.......”
“뭐야, 아니잖아. 당신 오필리아 좋아하잖아.”
그는 말이 없었다.
“그래그래. 그러니까, 음, 어떤 나라에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란게 있거든? 이게 피해자가 자길 가둔 범죄자한테 사랑을 느끼는 건데, 너도 내가 용의자니까 그 비슷한….”
“그래.”
“어? 뭐라고?”
아니, 그러니까 그거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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