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약자의 존재를 ‘삭제하는’ 사회에 던지는 질문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사건부터 각종 정치 문제까지,
억울한 죽음은 왜 반복되는가?
이들의 고통을 은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저항할 수 없는가?
고통을 드러내는 공통언어의 가능성을 말하다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공감 부족이 아닌 사회적 공통언어의 부재에서 찾는다. 갖가지 매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무수한 말들이 쏟아졌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증언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 이 책은 주목한다. 심지어 공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적대’로 변했다. 피해자들이 보상의 권리를 주장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기 시작하자 ‘그들이 억지를 부려 한몫 챙기려고 한다’는 식의 여론이 훨씬 우세해진 것이다.
흔히 사회는 소수자에게 어서 짱돌을 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짱돌을 던졌을 때,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등 돌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소수자가 저항할 수 없는 이유를 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항하는 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묻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약자란 언제나 ‘불쌍한 사람’이며, 불쌍하기 때문에 우리가 시혜를 베풀어줄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개념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들에게 정치전략이 필요한 이유, 지극히 당연하고 뻔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수자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다. 소수자는 불우이웃이 아닌 ‘시민’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총 네 편의 강의를 통해 소수자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개념언어, 정치언어라는 말의 두 가지 경향을 다루는 사전 강의와 청년 담론을 분석하는 1강은 문제 제기에 해당하는 강의로, 한국 사회에 농후한 ‘개념 없음’의 상태를 비판한다. 2강 ‘소수자 사회’ 및 3강 ‘시민성의 재구성’에서는 약자의 고통을 논의할 수 있는 공동체의 언어를 본격적으로 구상한 뒤 구체적인 정치전략을 세운다. ‘소수자’와 ‘시민’이 바로 그런 공통언어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