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해요."
“파혼 같은 건 우리 사이에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회남주는 내게 이를 드러내며 속삭였다.
"그러니까, 당신은 내 곁에서 평생 불행하게라도 살아.”
그리고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이 미친 놈이…!”
***
여주인공에 빙의했다. 신나지 않냐고?
왜 근데 하필 새드엔딩 확정난 짝사랑 여주이자 악녀인 헤스티아냐고!
거기다 여주인공의 불행한 끝의 원인은 쌍둥이 언니에게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언니 때문에 악녀로 오해란 오해는 다 받은 뒤에 시한부 선고까지 받고 결국 남주에게 죽기 직전에 사랑한다는 고백이나 받게 생겼다.
미친 거 아냐?
짝사랑 따위는 죽어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우선은 파혼하자는 말을 던지고, 그간 악녀로 보인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 뿐인데….
"내, 내가 공녀를 오해했던 것 같군요. …내 궁에 고양이 보러 올래요?"
황녀가 나를 노골적으로 총애하지를 않나.
"방금 진지하게 사랑에 빠진 것 같아. 결혼할래?"
내게 편하게만 살아온 응석받이가 뭘 알겠냐던 벨모어 백작은 결혼하자고 쫓아다니고.
“네 언니가 차마 그랬을 줄은 몰랐단다. 제발 무지했던 우리를 용서해주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언제는 나 같은 딸을 둔 적 없다는 부모님마저 사과하기 시작하더니.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것이니까. 이제 와서 사랑 타령 하며 빠져나갈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제는 내 약혼자까지 파혼 같은 건 절대 없다고 한다.
진짜 다들 왜 저래?
***
<본문 중>
그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자신을 위해 악역을 자처해왔다는 것도. 철부지인 줄 알았던 그녀의 행동들은 사실, 필사적인 구원을 바랬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그리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내 그녀에게 모진 말들로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것도.
지금 킬리안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외모도, 능력도 그 어느 것 하나 언니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데 어떻게 킬리안 님 같은 분과 약혼을 했는지!"
"수준이 모자라다는 것도 모르고 부끄럽지도 않나."
그렇게 욕하는 여인들에게 헤스티아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가져요, 그 남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조금도 지지 않고 말했다.
"왜. 내가 취향도 다 알려줄까요? 가질 자신 있으면 저에게 꼭 알려달라고 해줘요. 과외라도 시켜줄 테니까."
그런 그녀의 말들에서, 이미 떠나간 마음을 깨달았고.
그런 그녀의 말들에 심장이 파헤쳐지는 듯한 고통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세상이 뒤집혔음을 알아챌 수밖에 없었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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