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
588이라고 불리는 윤락촌 벌집 방이 준휘의 출생지이다.
분노에 사로잡힌 삶을 살던 어느 날, 준휘는 정연을 만났다.
부모님에게 버려지고 인간 백정의 집에서 살아가면서도 내면의 당돌함을 잃지 않는 그녀를.
정연을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준휘는 그녀의 행복을 바랐다.
그녀가 멀쩡한 놈을 만나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데, 염치없는 욕심이 자꾸만 고개를 쳐든다.
준휘는 정연에게 말하고 싶었다.
다른 놈과 행복하게 살지 말고 자신과 덜 행복하게 살자고.
네가 있는 지옥이 나한테는 천국이라고.
더 나아가 묻고 싶었다.
더러운 피를 가진 자신도, 사랑할 자격이 있느냐고.
*
“너 우리 집에 세 들어라.”
“뭐, 뭔 소리야?”
그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준휘는 제 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말을 더듬었다.
“너한테 절대 이상한 짓 안 할게.”
“뭐라는 거야…….”
“너 돈 잘 벌지? 월세 백오십으로 하자. 호텔보다 싸네.”
그 말이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게 준휘는 우습기까지 했다.
하는 수 없이 양보하는 사람처럼 그가 대답했다.
“집 구할 때까지야.”
두 사람은 생활비를 어떻기 쓸 건지 얘기하며 푸드코트에 들어섰다.
‘잘 됐다.’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