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그는 평화로운 삶에 침략한 악당.
시리도록 추웠던 루덴에서의 유일한 온기라 한들 루덴은 마리엔에게 붉은 망토를 한 괴물일 뿐이었다.
“침소에 드는 여자한테 술을 따르는 남자는 내가 처음 이겠군.”
“……,”
그래서 그가 곁으로 다가오면 소름이 끼쳤다.
“아직도 기회가 되면 죽을 생각인가?”
“으아.”
“생각해 보니 당신이 나쁘지 않아. 특히 말도 못하고 못 알아듣는 것이 말이야.”
어차피 그도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마리엔 이기에 취할 뿐 아니던가.
우리는 서로에게 무(無) 이면서 유(有)인 존재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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