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름으로 명하니, 저 마경을 파훼하고 세상을 구하거라!]
“귀찮은데…….”
[뭐?]
“그냥 세상을 멸망시키는 건 어떨까요?”
[으아아, 뭐 이딴 성녀가 다 있어?!]
내 담담한 대답에 창세신이 절규했다.
*
모두의 사랑을 받는 가짜 성녀를 괴롭히는 진짜 성녀에 빙의했다.
신전에서 버림받고 남주들에게 끔살당하는 악녀 역할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최하급 치료술사인 척 힘을 숨기고 도망쳤다.
시골에서 유유자적 평화로운 농경 라이프나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계대전의 도화선, 8황자 아드리안이 내 앞마당에 굴러 들어왔다?
“고개를 조아려라! 감히 황족에게 그런 무엄한 언사를!”
“내 이능 속성은 치료인데."
“……."
“이제 공손해야 할 사람이 누구지?”
그것도 배에 구멍 뚫린 채로.
*
아무튼 나는 평범한 치료술사다. 내가 그렇게 정했다.
더부살이하는 머슴이—8황자—하나 생기긴 했지만, 성녀라는 것만 안 들키면 되잖아?
그러니 계획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성녀님의 뜻이 곧 저의 사명이니, 저를 당신의 개로 부려 주십시오.”
인간의 존엄을 포기한 성기사가 집착하고
“당신 성녀였나? 흐음, 나 사실 모태 신앙인데 말이지.”
별안간 독실해진 최종 흑막까지 주변을 맴돈다.
게다가-
[야, 진짜 멸망시켜? 진짜로? 아니지? 그냥 해 본 소리지? 저기요,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현신한 창세신까지 나한테 딱 붙어서 안 떨어지는데?
이러다 나 정말 성녀 되는 거 아니냐고…….
내 주변에서 꺼져, 이 개노답 사형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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