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네가 날 애새끼처럼 굴게 하잖아.”
내 오빠의 친구, 글렌은 곤란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남자였다.
그리고 내가 5년간 몰래 짝사랑해온 남자이기도 했다.
나는 어른스럽고 능글맞은 그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기고 말았다. 무심함 사이에 가끔 보여주는 장난기와 다정함이 그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열망을 더 부추기곤 했으니까.
그러나 '친구의 동생'은 '친구'도 '가족'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자'는 절대로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그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있는 것을 지켜보며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지.
갑자기 악녀로 소문이 자자한 그녀가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기 전까진.
"에이다, 당신은 소설 속 조연이에요."
"...네?!"
"그리고 당신은 오빠 친구를 짝사랑하다가 그가 위험에 빠졌을 때 대신 희생해서 죽고, 당신 덕분에 그는 살아남아서 여주와 결혼해요."
"제, 제가 죽는다고요?"
"그런데 난 그런 속터지는 꼴, 두고 못 보겠거든. 그러니까 이리 따라와요!"
그녀는 날 끌고 가 꾸며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교계에서 날 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고 다녀요! 그리고 여기 내 동생 이안이에요!"
거기다 그녀의 남동생 이안까지.
"그 가망없는 후회남주를 좋아할 바에야 내 동생을 만나요. 얼굴 잘생겼지, 돈 많지, 착하고 다정하기까지 하니까!"
그리고 정말 그 말대로 이안은.
"누나, 좋아해요."
정말 순수하고 조금 닿은 것만으로도 온 얼굴을 붉히고 수줍어하는.
글렌과는 정말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쩌면 글렌을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면 이안을 좋아할 수도 있을지 몰랐다.
글렌과의 하룻밤 실수가 있기 전까지는.
“이 사이에 내가 들어갔다 왔으니, 더는 아이가 아니지. 안 그래?”
그러나 그 실수가 내게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더는 좋아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다음 무도회의 파트너로는 다른 신사분이 함께 가주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리고 그는 변해버린 내 차가운 모습에...
"그런 어린애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본격적으로 나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늘 내게 다정하게 웃던 이안도.
"내가 더 잘해줄게요. 그러니까 나에게 와요, 누나."
이를 드러내며 글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건 내가 21살이 된 여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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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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