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찮은 슬라임에 빙의했다.
레벨 1 슬라임은 각박한 이 세계에서 살기도 힘들다.
막 모험을 떠난 용사에게 죽을 뻔하고,
겨우 도망쳤더니 꼬맹이들에게 잡혀서 슬라임 잼이 될 뻔하고,
또 도망쳤더니 수로에 빠져서 어디론가 흘러갔다.
수많은 죽을 운명에서 도망치고 다다른 곳은,
“마왕님, 만세! 만만세!”
최종 결전지이자 최종 보스 마왕이 점령한 왕궁.
흘러가도 무슨 이딴 곳으로 오지?
열심히 꼬물거리며 탈출할 방법을 찾는데…
“흑… 다 지겨워. 돌아가고 싶어.”
차디찬 복도 구석에서 울고 있는 마왕을 발견했다.
*
“난 쓰레기야.”
입만 열면 자기혐오,
“마왕님, 용사입니다! 예언의 용사가 틀림없습니다!”
“오지 말라고 그래.”
어떻게든 싸움을 피하며 방에만 박혀있는 저 나태함.
저건 내가 알던 최종 보스가 아니다, 내 최종 보스 돌려줘!
‘세상에 착한 마물이 어딨어. 내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라.’
나를 죽이려 했던 용사에게 인간의 나약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겠다.
물론, 내가 아닌 이 남자를 통해서.
그렇게 나는 최종 결전을 위해 최종 보스의 연약한 멘탈 지킴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 역겨울 수도 있지. 내가 지어준 이름은.”
그런데 이 남자…
“다행이다, 기분 나쁜 줄 알고 걱정했어. 너 정말 다정한 슬라임이구나.”
생각보다 더 중증이었다.
*
“우리끼리 도망쳐서 살까?”
용사와의 싸움에서 이기게 만들겠다며 나타난 나를,
그런 내게 판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난 네가 좋으니까. 친구로서도, 그 이상의 감정으로서도.”
이거 뭐야? 고백이야?
“리즐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앞만 보고 살자.”
아무래도 나는 그에게 ‘그냥’ 친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찮은 존재 여주 #나름 귀여움
두부멘탈 자낮마왕 남주 X 전속 멘탈지킴이 슬라임 여주
(죽이려고) 집착하는 용사 남주 X (살려고) 도망치는 마물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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